최형규 단양국유림관리소장

아침저녁으론 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한낮에는 여름 같은 날씨다. 이 시기의 산은 온갖 생명체의 활력이 넘친다. 겨우내 조용히 봄을 준비하던 생명체들이 서로 앞 다투어 새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말없이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이 시기는 그야말로 산이 사람을 부르는 때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생활체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조사하는 ‘2019년 국민생활체육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생활체육 종목은 걷기가 56.7%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등산(32.4%)이 참여율이 높았다.

또한 산림청에서 2015년도에 조사한 ‘산림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5명 중 4명이 연간 1회 이상 등산에 참여하고 있고 이를 연인원으로 따지면 3억 4천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분명 등산은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취미활동인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산을 좋아하고 힘든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仁者樂山)’으로만 논하기에는 어쩐지 산에 미안하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되려 요즘처럼 첨단과 스피드를 강조하는 시대에는 머리도 많이 쓰고 골치 아픈 사람들이 산에서 휴식하면서 여가를 즐기고,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산을 운동 삼아 즐기고자 산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휴식과 건강을 주는 유익한 등산 활동이 국민 취미활동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의 등산문화는 많은 부분에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등산로 훼손, 쓰레기 투기, 입산자의 실화로 일어나는 엄청난 재앙인 산불 등 잘못된 등산문화에서 기인하는 많은 부작용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하며, 무엇보다도 산을 망치며, 다른 사람의 쾌적한 등산 경험까지도 망치고 있다.

요즘 들어 약초 채취 산행이니, 나물 채취 산행이라 하여 무분별하게 식물을 채취하고 취사가 금지된 곳에서 버젓이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어 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들을 자주 접하곤 한다.

지난 4월 30일에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에서 저녁시간에 발생하여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가져올 뻔했던 소백산 국립공원 산불도 주변 CCTV 등을 조사하여 산불가해자를 검거하고 보니 약초를 채취하기 위해 산행에 나섰던 사람의 과실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혹자는 산에 올라가다가 산나물, 버섯 등 임산물을 좀 땄다고 뭐 그리 큰 죄냐고 항변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법행위이다. 논, 밭, 과수원 등 경작지와 마찬가지로 산에서 나는 임산물은 해당 토지 소유주의 재산이므로 소유주의 동의 없이 채취하는 것은 절도나 매한가지인 범죄행위이다. 특히, 건조한 봄철 이러한 행위에서 실수로 발생하는 산불을 보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지난 10년간 주요 산불원인 중 1위는 전체원인의 34%를 차지하는 입산자의 실화이고 15%를 차지하는 담뱃불이나 성묘객에 의한 실화까지 합산하면 전체 산불의 원인 중 절반 정도가 산을 찾는 사람들의 실수로 발생하고 있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다면 산불 예방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우리가 작은 관심만 가져도 지킬 수 있다. 산에 갈 때 라이터나 버너 등의 화기는 가져가지 말아야 한다. 야영이 허가된 야영장 등을 제외하고는 화기를 들고 들어가선 안 되며 산이나 산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불을 피우는 것 또한 안 된다.

산불 예방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산의 주인인 생명체와 산을 찾는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오르는 산은 우리에게는 잠깐의 쉼터이지만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동·식물들에게는 생활 터전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방문자다운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한 순간의 실수로 우리의 소중한 산이 망가지지 않도록 산을 찾는 우리 모두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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