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유성고 교사

마이크를 켜고 인사를 나누며 학번 이름으로 된 아이디로 출석 확인을 한다.

“교과서에 실린 ‘스마트폰 중독, 어떻게 해결할까?’는 스마트폰이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구속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알리며… 사용자의 올바른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글입니다.” 고요한 가운데 교과서 글을 정리하는 설명을 한다.

“오늘은 교과서 관련 자료로 김영하의 ‘시간 도둑’을 함께 읽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화면에 글 보이시죠?” 채팅 창에 주르륵 ‘네’가 올라온다. “교과서에 실린 글은 스마트폰 중독 책임을 모두 사용자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 놓여 있다면 개인의 의지와 책임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부자와 빈자의 시간의 가치가 다르고 만약 둘 사이에 시간이 매매된다면 이 둘의 부의 격차는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신입생이라 그런지 얼굴 공개는 부끄럽고 반갑지 않은 사건들도 있고 해서 첫 시간 이후로 카메라는 꺼 둔다. 필요할 때만 가능한 학생들의 마이크를 켠다. 수업자료를 노트북 화면에 열어 놓고 공유한다. 자료에 펜마우스로 간단한 필기와 밑줄로 설명하고 중간중간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며 읽기 자료를 정리한다. 미리 올려놓은 과제에 세 개의 서술형 문항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제출자 명단과 답안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면서 미제출자에게 마감시간을 알리고 수업을 마친다. 나는 수업 내내 상냥하고 친절하다.

아이들은 대부분 제때 온라인에 접속해 출석하고 기한 내로 과제도 제출한다. 수업을 방해하는 소음도 행동도 거의 없어서 내가 계획한 대로 수업은 흘러가고 나의 설명은 매끄럽다. 진도가 잘 나간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일이 지금은 한결 익숙하다. 온라인 수업이 매우 편해졌고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혼자 하는 말은 이제 자연스럽고 유창하다. 적응할 때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나니 참 편리하고 깔끔한 수업이다. 문득 온라인 수업이 위의 두 글과 겹쳐진다.

교과서 글과 겹쳐보기. 지금 온라인 수업 시스템은 스마트하고 안정적이다. 교사가 온라인 수업 역량을 갖추면 계획한 수업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 각 가정에는 스마트한 기기를 보급했으니 학생들이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면 편리하게 수업일수를 채워간다. 온라인 수업도 수업이니 딴짓하지 않고 시간표대로 열심히 참여한 학생은 등교 개학 후 학사일정을 소화하는 데 지장이 없다. 단 여기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사용자가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이해하고 각각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시간 도둑’과 겹쳐보기. 수업에는 잘하거나 열심히 하는 아이, 못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는 아이가 과목별로 각양각색이다. 교실에서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아이들의 반응으로 ‘따로 또 같이’ 수업 과정을 만들어 간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가능하지만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이 화면 너머의 아이들을 단순 학습자로 획일화한다. 출석이나 과제 제출 등의 결과를 중심으로 수행 여부 확인에 집중한다. 아이디 뒤에서 하는 척하고 있을 안 하거나 못하는 아이와 스스로 잘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선생님, 저는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너무 힘들어요.’ 반 아이의 한탄이 생생하다. 좋든 나쁘든 서로 부대끼며 웃고 찡그리고 격려하고 다그치는 인간사의 번뇌가 빠진 이 산뜻한 수업, 각본대로 잘 마친 공연 같다. 관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지만 강한 스포트라이트로 객석을 볼 수 없는 배우는 연습한 대로 연기를 마친다. 매 공연마다 객석은 차고 공연은 계속된다. ‘어차피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라는 간편한 생각이 굳어지는 듯하다. 등교 개학은 미뤄지고 온라인 수업인지 온리원 수업인지, 이 길을 갈 수밖에 없고.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