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빠죄아'부터 '1일1깡'까지…"콘텐츠 주도권 대중에 넘어와"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박미선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방송가가 생산한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짤'과 '밈'과 댓글로 재가공되고, 방송은 그것을 재생산한다. 바야흐로 방송과 온라인이 시너지를 내며 공생하는 시대다.

짤은 인터넷 공간에서 돌고 도는 각종 자투리 이미지 파일을 통칭하며, 밈은 재미난 말을 적어넣어 다시 포스팅한 그림이나 사진을 뜻한다.

최근 짤과 밈 그리고 댓글은 드라마와 예능 장르 구분 없이, 또 방영 일자와 무관하게 콘텐츠를 다시 불러내고 화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드라마 '야인시대' 속 김영철의 대사 "사딸라"(4달러)를 입힌 짤, 영화 '타짜' 속 김응수의 대사 "묻고 더블로 가'를 활용한 밈 등이 있다. 이 짤과 밈은 김영철과 김응수를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불러냈으며 이들을 CF 스타로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속 박미선의 대사 "스토리는 내가 짤 거고 글씨는 누가 쓸래"는 "월급은 내가 받을게 출근은 누가 할래?" 등으로 패러디돼 박미선이 해당 콘셉트로 CF를 찍기도 했다.

'부부의 세계'가 나타나기 전까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보유했던 JTBC 'SKY 캐슬'은 '쓰앵님'으로 불린 김서형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님" 대사가 곳곳에서 패러디되며 화제성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SKY 캐슬'의 바통을 이어받은 '부부의 세계'에서는 단연 외도를 저지른 이태오의 명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가 온라인을 달궜다. 이 대사는 '사빠죄아'라는 축약어로 편집돼 여러 짤과 밈으로 재생산됐다.

댓글의 순기능은 유튜브에서 비롯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난 가수 양준일을 소환한 것도 유튜브 댓글이었다. '레베카', '가나다라마바사' 등 과거 그의 대표곡 영상에는 "옛날에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외모도 패션도 지드래곤과 똑같다"는 댓글이 끊임없이 달렸고, 결국 그 덕분에 그는 JTBC '슈가맨2'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근 MBC TV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재평가된 가수 비의 '깡'도 유튜브 댓글에서 불러냈다.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과격한 안무와 의상, 다소 촌스러운 가사,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담은 뮤직비디오에 이미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처음에는 일부 조롱성 댓글로 시작됐지만 이러한 반응을 여유 있게 껴안고 방송에 나온 비 덕분에 여론은 호의적으로 바뀌었고, 너도나도 '1일1깡'(하루에 한 번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 현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 밖에도 2PM의 과거 곡 '우리집' 등 여러 가요가 유튜브 댓글을 통해 재조명되는 사례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처럼 짤, 밈, 댓글은 시·공간을 초월해 방송가 콘텐츠를 소환하고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기도 하며 방송과 대중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9일 통화에서 "이제는 대중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든 깡 신드롬이든 모두 '밈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요새는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돼 콘텐츠 제작 주도권이 대중에게 넘어온 면이 있다. 대중이 콘텐츠 소비를 리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과거 대중은 방송이 주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보기만 했지만,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발달하면서 쌍방향으로 재가공된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됐다"며 "방송 역시 인터넷에서 트렌드가 생기면 그걸 방송 소재로 삼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대중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라고 공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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