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슬세권’ 주목
공동주택단지 인근 매장 인기
소규모 매장 성장세 두드러져
지리적 접근성 등 이유 분석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 직장인 장 모(34·대전 서구) 씨는 최근 집 근처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다. 재택근무가 다시 시작돼 평일에는 거의 집 밖을 벗어나지 않고 주말에도 중요한 약속이 아니면 가급적 시내를 나가지 않는다. 정말 답답할 때는 동네에 있는 카페에 가서 책을 보고 오거나 여자친구와 집에서 5분가량 떨어진 공원에 산책을 나간다. 그는 “가끔 평일 점심에 동네 카페나 공원에 가보면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2~3명씩 편한 복장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로 지역 유통업계에서 '슬세권(슬리퍼+세권)'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이태원 발 재확산'처럼 안정기에 완전히 접어들지 못한 소비재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가까운 곳에서부터 지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소매 데이터 분석 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3월 둘째 주~넷째 주에 소규모 커피 매장의 결제 건수는 지난 2월 셋째 주~3월 첫째 주에 비해 24.6% 상승했다.

상위 20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같은 기간 6.4% 상승한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카페' 결제 건수는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급속히 감소하다 3월 셋째 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소규모 매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원인은 지리적 접근성과 이용객이 적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개인 카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해 규모가 작고 대중에 덜 노출된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지하철역과 교차로 근처 등 '목 좋은' 곳에 위치하지만, 소규모 카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위치한 대신 특색 있는 인테리어나 메뉴로 승부하는 곳이 많다.

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42) 씨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방문하는 단골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이전에는 하루 평균 약 30명의 손님이 왔는데 코로나 이후 하루 평균 약 35명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도 비단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슬세권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여파에 외출을 자제하는 '집돌이', '집순이' 들이 늘면서 새로운 소비문화를 양산,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면서 공동주택단지 인근에 형성된 동네 정육점, 동네슈퍼 등에서는 몇 달 사이 매출이 늘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엄 세대와 요즘 소비자들은 가까운 거리 내에서 필요한 것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선호한다”며 “올해도 편리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슬세권 트렌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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