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청주복지재단 제공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밥보다 사람이 그립지"

어느 독거어르신의 푸념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은 유독 가족 행사가 많다. 이런 때 혼자인 어르신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역사회에서 찾아오는 서비스도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더 사람이 그립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홀몸인 어르신, 장애인들의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복지 관련 시설들이 문을 닫아걸고 있는 상황이 두 달 이상 지속하고 있다. 점차 생활인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이상행동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대상의 재가서비스는 사정에 따라 진행하거나 일부는 안부 확인으로 대체되면서 취약계층 노인, 장애인들의 생활도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관을 이용하던 장애인들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스트레스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더 이상의 활동통제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철저한 위생관리 하에 대면서비스를 진행할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시설도 단계별 이용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정책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 사회 환경이 변하면 그 속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생활방식과 욕구도 변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일상 '뉴 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사람중심 맞춤 돌봄을 추구하는 한국의 복지정책도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갈 준비를 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환경, 기후와 관련된 재난뿐 아니라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리라 예측한다. 복지 분야도 코로나 이후 복지 전반에 걸쳐 다양한 재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시작해야 할 때다. 사람 대상 대면 서비스가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는 이제 어떻게 서비스 전달체계를 재구성하고 재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하는가? 복지 시설,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재난인식 및 대응교육을 일상화하고 재난상황 중에도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단계별 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인 우리 사회는 어르신 홀몸세대, 어르신 부부세대, 부부 중심 세대, 1인 미혼 가구 세대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가족 간의 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서로 지지하고 부양하는 끈끈한 가족연대가 느슨해지고, 가족 구성원이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4인 가족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복지 정책들이 개인 중심 서비스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나 홀로'주의는 개인의 삶이 어려워졌을 때 주변 지지자들의 부재로 순식간에 어려움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나 홀로' 이지만 주변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인간적 교류와 공감의 끈은 필요하다.

복지정책은 공공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사회복지의 공공성이 강화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장기 실직자 증가, 경기침체 상황이 길어지면서 서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취약계층의 삶은 더 팍팍해질까 걱정스럽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복지 안전망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의 삶이 중시되면서도 이웃과 가까이 공감하고 나누는 공감회복운동도 함께 시작하자.

'밥보다 사람이 고픈' 세상은 너무 아프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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