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정보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ETRI 제공

이문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정보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의 지난달 11일 정례브리핑은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내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주변을 살펴보면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과 달라진 우리의 일상을 하나둘씩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처럼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됐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은 재택 근무를 실시해 직원들이 집에서 근무하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고, 온라인 개강을 실시한 학교들도 원격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또 오프라인 회의를 가급적 자제하고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해 진행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택트 문화의 빠른 확산은 화상회의, 협업, 원격교육 도구 등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인프라가 뒷받침을 해줬기에 가능했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더욱 가속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선진 방역 시스템에도 첨단 ICT 인프라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의료정보 빅데이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높은 정확도를 가진 진단 키트를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었다.

또 통신사의 기지국 정보와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역학조사 시스템 구축을 통해 확진자의 이동 동선과 시간대별 체류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발생 시 기지국 위치 정보를 토대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내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시각화된 확진자의 동선과 내 주변 약국에 있는 마스크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등 코로나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코로나의 유행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ICT 기반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는 이러한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인해 극장의 관람객은 전년 동기대비 약 53% 감소했지만 집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OTT(Over The Top) 기반의 넷플릭스 서비스의 유료가입자는 약 23% 증가했다.

오프라인 주력의 유통업체와 식당의 매출은 줄었지만 언택트 소비의 증가로 이커머스와 배달앱, 온라인 결제 시장의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ICT의 중요성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기술의 한계점도 보여줬다.

많은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도 안정적으로 원격 교육 및 회의를 할 수 있는 초저지연 및 초실감 기술 개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비식별화 및 인공지능 기술 개발 등은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숙제들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이자 ABCI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사물인터넷(IoT)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가 준 숙제들도 하나씩 해결하고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새롭게 도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