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전시의 디자인은 미감을 완성한다. 전시의 가치가 빛나느냐 묻히느냐를 좌우한다.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기획했던 “그려진 시의 동경(The Lure of Painted Poetry)”에서 전시 디자인을 진행한 순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나는 큐레이터로서 전시 컨셉과 전시품을 디자인팀에게 설명했다. 다음은 디자인팀의 구성 멤버를 정한다. 디자인해석팀(기조색·폰트), 전시공간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패널·네임택), 전시보조물 제작팀(목수), 조명팀이 구성원이 되었다.

디자인해석팀은 한국미술을 전시하고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계 디자이너를 추가로 투입했다.

한국의 미술관에 없는 과정은 “디자인해석(기조색, 폰트)”으로 구체적인 전시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에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전시 디자인의 주조색을 결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폰트 결정했다.

전시의 주조색이나 폰트를 정하는 데만 2개월의 시간을 들였다.

주조색은 고려청자색으로, 폰트는 2가지를 결정했다.

특히 주조색과 폰트가 전시 전체의 세련미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이 된다고 깨달았다.

주조색과 폰트가 정해지면 그래픽 디자이너가 페널과 네임택을 디자인했다. 두번째로 전시공간디자이너와 함께 미술품 배치를 한다.

모형을 만들고 비율에 맞게 만든 그림을 배치해 본다.

한국미술전시에서 병풍을 벽에 두지 않고, 전시장 중간에 두면서 공간을 분할하도록 헸다. 한국병풍은 앞뒤를 활용하게 제작되었다. 한국병풍은 앞면은 그림, 뒷면은 글씨인 병풍은 미국인들의 눈을 끌었다.

전시케이스의 제작은 디테일이 필요하다. 전시 케이스는 두가지다.

전시케이스는 벽부장과 독립장이다. 상설전에 사용하는 벽부장은 벽에 붙어 있는 장이다.

큰 유리가 열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폐방법을 반드시 사용하기 편하게 주문한다.

천정이 높은 경우가 많으니 상단에 스크린이 내려오도록 해서 작은 전시품의 경우 아담한 분위기를 줄 수 있도록 한다.

벽이 움직이도록 해서 케이스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벽부장의 경우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안에서 작업하기 쉽도록 한다.전시 케이스의 독립장은 단독으로 세워진 장이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전시품별로 케이스를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독립장은 대부분 가장 무난한 케이스를 준비하고 받침대를 바꾸는 것이 실용적이다. 독립장은 국산과 외국산이 있다.

주로 독일제글라스바우한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만큼 비싸다. 전시케이스 자체가 참 아름답다. 전시케이스 색은 전시실의 분위기와 맞춘다. 주로는 회색이나 검정색을 사용한다. 전시 케이스를 주문할 때 반드시 개패방법을 확인한다.

열쇠가 잘 열려야 하고 개패가 편해야 한다. 일반인이 개패방법을 잘 모를수록 좋다. 전시 케이스는 밀폐율이 좋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외부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독립장의 경우 무게가 상당히 나간다.

케이스 이동방법을 확인한다. 전시 케이스 유리는 가능하면 뮤지엄 글래스로 무반사 유리를 사용한다.

당장은 비쌀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천양지차다. 나중에 필름을 붙이는 방법도 있지만, 투명도가 떨어진다. 전시 케이스 안의 조명을 확인한다. 내부 조명이라면 상단조명과 하단 조명을 모두 사용하도록 한다.

조명은 조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케이스에서 바닥에 천도배를 하도록 되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러움을 타니 재도배가 쉽도록 만들기. 천도배는 방염, 방화 천을 사용하여야 한다. 전시 케이스 자체의 방범을 확인한다.

문이 열리면 알람이 울린다든가 장이 충격을 받으면 알람이 울리는 방식 등이 있다. 전시케이스에는 습도조절을 위해서 조습제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이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조습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주문한다.

미술관 전시는 디자인으로 감성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디자인으로 일상공간이 미적장소로 감정경험을 극대화시킨다.

미술관 디자인은 예술가의 생각과 감정, 예술품의 가치를 가장 잘 전달하기 위한 비밀열쇠의 디테일을 잘 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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