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수십억 원을 들여 추진하는 초등학교 우회 통학로 개설과 관련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시에 따르면 시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백석동 한들초등학교 우회 통학로인 도시계획도로(중로3-122호) 개설을 추진 중이다.

총길이 200m에 폭12m 짜리 도로 개설에는 46억 원(보상비 35억, 공사비 11억)이 투입될 계획이다. 현재까지 보상비만 15억 원이 들어갔다.

도로개설 담당 부서에서는 추가 보상비 20억 원 확보를 위한 추경 예산안을 예산 부서에 요청한 상태다.

‘중로3-122호’는 한들초로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닌 우회하는 형태로 개설된다. 현재 한들초에는 인근 벽산블루밍 1·2차 아파트와 브라운스톤 아파트 등으로 바로 연결되는 100여 m 길이의 주 통학로가 있다.

그러나 이 통학로는 민간 조합이 추진하는 ‘백석5지구도시개발사업’(이하 백석5지구) 구역 내에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사업지구 내의 기반시설로 계획돼 있을 뿐 제대로 된 도로의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임시 포장된 좁은 길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통학로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지속되자 시는 우회 도로 개설을 서둘러 추진하게 됐다고 한다.

도시계획도로 위치도. 빨간색 부분이 천안시가 ‘우회 통학로’로 추진하는 ‘중로3-122호’. 검은색 부분이 한들초등학교 주 통학로. 천안시 제공.
도시계획도로 위치도. 빨간색 부분이 천안시가 ‘우회 통학로’로 추진하는 ‘중로3-122호’. 검은색 부분이 한들초등학교 주 통학로. 천안시 제공.

하지만 학부모들은 시가 추진하는 우회 도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우회 통학로를 이용하려면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먼 거리를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 조합을 설득해서라도 기반시설인 주 통학로를 우선적으로 개설하도록 하면 될 문제를 막대한 시 예산을 들이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중로3-122호’는 향후 백석5지구 내에 들어설 아파트로 연결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우회 도로가 결국은 ‘통학로’ 본연의 기능보다는 민간 아파트 건설에만 도움을 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현재의 통학로가 불편해 우회도로라도 내달라는 요구를 한 적은 있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이 도로는 돈만 낭비할 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에 아파트 건설 사업승인 신청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에서 공사업체나 조합 측에게 주 통학로라도 먼저 내도록 압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조합 측에 통학로라도 우선적으로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조합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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