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 교복 시제품 연합뉴스
사진 = 1970년대 초 대학 입학식.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다.
사진 = 1970년대 초 대학 입학식. 교복 입은 학생들이 많다.

#.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던 시절이 있었다. 군복을 물들여 입고 다니던 시기를 지나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중반에 이르는 동안 남자 대학생들이 교복을 많이 입었다. 대학당국의 강제는 없었지만 반정부 투쟁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학교의 조치에 순응하던 당시 대학생들로서는 교복 착용에 그리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등교 시 입을만한 마땅한 옷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교복은 그런대로 적절한 차림새였다. 감색(紺色) 혼방옷감에 비슷비슷한 디자인으로 대학에 따라 왼쪽 어깨 아랫부분에 학교 마크를 붙이는 정도로 구별되었다. 이런 교복 패션도 1980년대 들어 기하급수적인 대학 신설, 대학생 증가와 더불어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은 교복은 커녕 학교 뱃지도 사라졌는데 더러 학과 점퍼나 티셔츠 등을 입고 외출하여 자신의 소속을 알리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 지난 주 정부는 올 2학기부터 중 고등학교에서 실용적인 한복교복을 입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장기간 문을 닫고 있는 각급학교 개학 일자가 자꾸 늦춰지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와중에 한복교복 보급에 까지 신경을 쓰는 교육당국의 오지랖과 역량이 놀랍다.

한복교복 채택 사유로 특히 여학생 교복이 한창 나이에 몸에 꽉 끼어 불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음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아도 예쁘게 보일 요량으로 교복 허리며 치마 길이를 임의로 줄여 입는 여학생이 많아 답답해 보이던 차였다. 곧 시제품 전시회를 열고 한복교복을 입을 학교를 공모한다고 한다. 신입생 교복비 지원 대상이 아닌 경우 정부가 3년간 1인당 30만원을 지원한다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재난지원금 충당도 벅찰 이즈음 여기까지 예산이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시안으로 공개된 디자인을 보면 한복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종전 개량한복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하여 생활한복으로 부르는데 이런 생활한복을 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모양새다. 신축성이 있어 활동이 편하고 통풍성이 우수한 재질이라지만 이 한복교복을 또다시 '핏'을 잡기 위해 줄여 입는다면 헛일을 하는 셈이 아닐까. 단정하면서 편하고 저렴한 활동복도 많은 터에 여러 벌 장만하여 자주 빨아 입는 게 최고의 교복이 아닐까. 예전 대학생처럼 마땅한 옷이 없어 교복을 찾던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교복에서 일제 잔재 이미지도 사라진 이상 실용, 건강, 저렴이 교복선택의 최고 기준이 되었으면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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