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로베르토 베니니가 감독, 주연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유태인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전개된다.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끌려온 아빠는 무자비하고 처참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으로 아들에게 소개한다.

게임에서 1000점을 따는 우승자에게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는 말에, 그리고 수용소 생활이 실제 놀이로 보이도록 고군분투하는 아빠 덕에, 어린 아들은 수용소 생활을 놀이로 여기고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연합군이 바로 코앞까지 왔다는 정보를 듣게 된 아빠는 이제 마지막 대학살을 시행하는 독일군으로부터 아들을 지켜내기 위한 최후의 놀이를 제안한다. 아무도 없이 조용할 때까지 끝까지 숨어 있으면 그 점수가 더해져서 1000점을 따는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그렇게 아들을 숨긴 후, 자신은 숨어있는 아들이 끝까지 놀이로 알도록 일부러 장난치듯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끌려가 총살당한다.

아빠가 죽은 사실을 모르고 계속 숨어 있다가 다음날 밖으로 나온 아들은 마침 수용소를 점령하고 들어오는 미군 탱크를 보고 자신이 우승해서 탱크를 받은 줄 알고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한다.

유태인 학살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정말 따뜻한 시선으로 재구성해 관람자들에게 감동을 일으켰던 이 영화는 베니니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외국어상을 선사했다. 그가 보여준 지극히 순박하고 평범한 한 아빠의 웃픈 모습은 지금까지 세계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영화와 똑같은 상황이 실제 일어나 관심을 받았다. 몇 년간 내전으로 시달리는 시리아의 한 아빠가 어린 딸에게 폭탄 소리는 폭죽처럼 즐거울 때 터지는 소리라고 하면서 폭탄이 터질 때마다 웃기 놀이를 한 것이다.

폭발음이 들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자지러지게 큰소리로 웃는 아이와 아빠의 동영상이 SNS로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폭탄이 터지는 현실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두렵지만 어린 딸이 거기에 영향받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 그리고 혹여 폭탄으로 죽게 된다 하더라도 겁에 질려 죽는 것보다는 웃다 죽는 게 낫다는 아빠의 마음이 전해져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폭탄이 터지는 현실을 바꾸지 못할 상황이라면, 최소한 폭탄을 대하는 나의 자세만큼은 내가 통제하겠다는 아빠의 자세에서 세계인은 아름다운 인생을 기대할 수 있었다.

두려움과 공포가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절실히 체험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짓눌려 집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우울감을 호소하자 서울시는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를 내놓았다. 격려·긍정·실천·지식·희망·정보·균형 백신이 그것이다. 인생의 위기가 산 넘어 산이다. 끝이 없다고도 하지만, 산도 오르기만 하지는 않는다.

꼭대기까지 다다르면 그다음은 내려와야 다음 산이 나타나는 법이다. 위기의 끝이 없어 보이는 것은 단지 느낌일 뿐, 분명 그 어떤 위기에도 끝은 있다. 머지않아 끝이 난다,

조금 길어질지언정 해결될 때가 분명히 온다는 희망을 갖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또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가는 자세를 실천해야겠다. 위기의 두려움을 누르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과 나누는 미소와 여유는 인생을 아름답게 만든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위기를 통제할 수 없다면, 최소한 위기 속의 나만큼은 내가 통제하자.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 지혜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봄이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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