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청주 청년뜨락5959 센터장

한민국의 정책은 대부분 수혜자의 경제적인 소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복지에서 보면 선별적, 잔여적 복지서비스의 시각에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 문화는 사회적약자를 국가(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시각이 있고 청년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며 마주하는 정책들도 대부분 이러한 시각을 일반적으로 적용한다. 그리고 사회적약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경제적인 소득을 중요시하고 있다.

나의 대학 시절도 사회적약자로서 가난을 증명해야했다. 이때까지 나는 가난이라는 단어와 별개로 좋은 가정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살의 나는 사회라는 현실 앞에서 가난을 증명해야했고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했다. 그렇게 가난을 증명해 받은 학자금 대출은 대학을 졸업하면서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대출금을 갚는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의 초등학생들은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에 아파트 브랜드를 말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낸 어린 시절에는 그렇지는 않았으니 요즘 학생들 보다는 행복한 시절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 가정이 정책의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들 중 하나지만 그것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학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당연히 해야하는 일들이었고 세무서와 동사무소, 은행을 왔다 갔다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이 지금 청년들을 삶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센터에서 일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가난과 안타까운 사연을 증명하라고 한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내가 취업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말 해야하고, 조금은 간편해진 학자금 대출은 아직도 부모님의 소득을 증명해야한다. 그리고 몇몇 장학금은 필요한 서류로 가족구성원, 소득 등을 확인한다. 내가 20살에 경험한 일들을 지금의 20살 청년들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난지원금도 논의 당시에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가구소득을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경기도와 서울 등 지역에서 진행하는 청년수당과 배당도 소득을 증명해야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아직 남들과 비교해서 나의 가난을 증명해야하는 사회적문화에 놓여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남들과 비교해서 계층을 나누고 가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하는 사회제도를 부끄러워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한다. 20살의 내가 경험했던 현실은 너무도 초라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제출한 서류가 남들이 보기에는 나를 힐끔힐끔 보게 만드는 가난을 증명하는 서류였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주한 현실 속에서 남들과 조금은 다른 경제 상황이 사회가 보는 안타까움의 시선이었다는 것을 알아갔다.

우리는 언제까지 가난을 증명해야할까? 이 고민은 사는 곳을 동네로 말하지 않고 아파트 브랜드로 말하며 정책의 대상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가난을 증명해야하는 현실에서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 사회적 담론으로 진행돼야 한다. 청년지원을 위한 구직활동지원금, 청년수당과 배당, 그 밖의 교육지원프로그램도 사회적약자로서의 청년을 구분하여 낙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 실행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이 성인으로서 사회의 출발을 가난의 증명으로 시작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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