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일 (사)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

김정섭 시장을 소환하겠다는 말을 전해 듣고 마치 숲 덤불 사이로 바다를 보았을 때처럼 뜻밖의 사실에 놀라웠다. 바뀌었구나. 세상이 변했구나.

대통령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으로 비로소 대한민국은 근대 국민국가의 옷을 벗었다. 시민들은 권력이 나오는 곳을 보았고 참여와 연대로 시민사회의 문을 열었다. 국민의 투표권을 버리고 시민의 주권을 손에 쥐었다.

지방자치 시대 이래 공주시는 거의 예외 없이 시장들이 부정하고 부패했다. 그럼에도 한 번도 시장소환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법규집 안에 글자로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 밖으로 나와 김정섭 시장을 소환하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는 상관없다. 가치는 한 쪽이 전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환 사유가 타당한지 아닌지도 우선 물을 일은 아니다. 그것은 추후의 일이다. 중요한 것은 분명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다. 주권자로서 말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정섭 시장의 불명예가 아니다. 전환시대의 현상이다. 기꺼운 일이다.

소환 사유다. 5가지 중 핵심 두 가지만 집는다. 첫 번째로 시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백제문화제 격년제 독단 결정, 두 번째로 공주보 해체·유지 입장 불분명이다.

주민소환제는 시장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불법하게 행사하여 공익을 해쳤을 경우 그 책임을 묻고자 함인데 위 사유들은 시장의 정책적 소견에 해당한다. 더구나 백제문화제는 수 년간 시민들이 강하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공주보는 국가하천에 관계된 사안으로 엄격히 말하면 시장의 권한 밖이다. 다시 말해 이번 소환건은 시장의 불법, 탈법, 혹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책임을 묻기 보다는 특정한 사람들이 원하는 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민소환이라는 법적 수단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력한 의사전달 수단으로 꺼낸 이야기라면 거기까지는 시민의 정치행위로 공감할 수 있지만 정말 실행하려 한다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의견이 분분하거나 첨예하게 나뉠 때 시장이 결단할 권한조차 없다면 시장의 존재의의가 무엇이겠는가.

시장이 위임받은 권한을 절제있고 적법하게 행사하기를 원한다면 주권자인 시민 또한 그래야 옳다.

다만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적 과정이 민주주의, 특히 주민자치시대의 핵심요체인데 그간 공주시의 공론화 과정 등을 보면 요식, 즉 꼭 필요한 절차로 인식하기보다는 요식행위의 면을 보였다. 특히 의료원 철거가 그랬다. 많이 아쉬웠다. 김정섭 시장이 크게 반성할 부분이다. 백번 인정한다. 그렇다고 소환까지 가는 것은 담뱃불 끄자고 소방차 부르는 격이 아닌가 싶다.

주권자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저항 혹은 법적 행위는 항상 의로운가? 그리고 정당한가? 한 번쯤 집어볼 일이다. 첨언한다. 제안이기도 하다.

백제문화제에 이 편 저 편이 어디 있겠는가?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득을 보는 기득권자는 있을지라도 진보 보수가 어디 있겠는가? 이 기회에 원팀으로 머리 맞대고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공모하고 아이디어 내는 정체성 있는 문화제의 기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소환대책위가 있다면 백제문화제 혁신대책위로 전환하면 어떨까?

이번 비로 초목이 해갈이 되었다. 공주에 근사한 일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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