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원 충남도립대학교 교수

예상치 못한 위기로 인해 지구촌 전역은 일상이 비상이 됐다. 갑작스레 닥쳐온 공포로 우리가 살던 세계가 유리창처럼 연약한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더 이상 지난 세기에 익숙해진 방식으로는 삶을 유지 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변화에 대한 절실함을 압박한다.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정치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국수주의와 고립인가와 국제적 협력인가에, 둘째는 전체주의와 통제인가, 민주적 연대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코로나 사태는 현대 민주주의의 한계와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게 하라리의 진단이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가 대한민국이 보여준 성과에 대해 "민주주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이길 수 있다는 증거"라고 표현한 것은 방역 한류의 본질을 꿰뚫는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충남 아산이 보여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살펴야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로나를 대하는 전략으로 충남과 아산은 고립보다 협력을, 통제보다 민주적 연대를 선택했다. 아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리 사회 전반에 울림을 주었고, 님비현상이라는 고질병을 사전에 차단하는 선례가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충남 아산이 민주적 가치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고립과 통제로 우한 교민의 지역수용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과정에 양승조 충남지사는 계란을 맞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다행히도 고립은 협력으로, 통제는 민주적 연대로 돌아섰다. 이러한 변화의 비결은 무엇인가.

직관적으로 살피면, 당장 눈에 띠는 것은 양승조 충남지사의 빠른 결단과 이에 대한 도민의 신뢰다. 특히, 코로나 초기부터 수용시설 입구에 집무실을 만들고 아내와 함께 동고동락을 선언 한 도백의 결단은 설득력이 있었다. 현장에서 도백과 도민은 서로 충분히 만지고 보듬었다.

포스트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진 것은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물음이다. 어쩌면 정작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실체는 코로나가 아니라, '박애 없는 민주화'와 '자신 밖에 모르는 자유시장주의'일 수 있다. 위기의 순간에 '다시 민주주의'의 지혜를 직감한 아산시민의 경지에 경의를 표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의 기원을 알린 충남의 헌신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으로 재구성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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