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희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장.

박병희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장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모델로 자리잡은 훌륭한 방역체계 덕택에 안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의료체계를 갖춘 기록이 있는데, 그 시작은 백제였다.

백제는 전문보건기구인 약부(藥部)를 두어 체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약재를 조달했다. 백제의 약부에는 오늘날 의사와 약사에 해당하는 의박사와 채약사가 근무를 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최초의 의약분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일본으로 파견되어 의료체계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만 현재의 상황과 묘하게 투영된다. 오늘날의 현실은 백제시대 양국의 상황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사실 일본이 백제로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불교문화다. 이 가운데 국가의 안녕은 물론 백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대상이었던 불상이 일본에 가장 많이 남아있다. 의약을 통한 치료와 불교의 귀의를 통해 심신의 건강을 함께 빌었던 것이다.

이렇듯 고대에는 불상을 통해 백성들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문화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백제시대는 바로 ‘내포지역의 마애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내포지역은 백제시대부터 국제교역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서 성장한 미륵신앙과 관음신앙은 백제뿐만 아니라 이후 한반도 불교신앙의 근간이 되고 있다.

내포지역의 마애불은 태안의 마애삼존불입상과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예산의 사면석불이 있다. 먼저 태안 마애삼존불입상은 백제 최고(最古)의 마애불이란 점만으로도 중요한 유산적 가치를 지닌다. 국사교과서에서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은 암벽을 조금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고 그 앞쪽에 나무로 집을 만든 우리나라 마애석굴의 효시로 볼 수 있다.

특히 보살상은 중국 남조에서 유행하던 형식으로 이후 백제와 일본의 불상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에 불교문화의 중국 남조-백제-일본으로의 전파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예산의 사면석불은 백제 유일의 사면불상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사방불이다. 태안과 서산의 마애불과 함께 우리나라 불상의 조각기법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에 새겨진 여래입상은 중국의 남북조와 일본 호류지(法隆寺) 석가삼존상의 본존상 등 6~7세기 전반 동아시아 불교사회에 유행하던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렇듯 내포의 백제 마애불은 고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한 줄기를 이루는 중요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남조 불상양식의 전통을 이어받고, 백제 특유의 세련된 조각기법과 독창적인 표현방식이 더해져 완성된 것이다. 이후 신라와 일본에도 영향을 주어 고대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백제 마애불은 동아시아 '문화적 전통과 문명에 관한 독보적인 증거'라는 유산적 가치로 세계유산 등재기준을 충족시킨다.

충남도는 환황해권의 중심으로 경제·문화적 재도약의 꿈을 꾸고 있다. 그 무대는 내포이며, 그곳에는 고대부터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제 마애불이 있다. 국제교류의 상징인 마애불의 진정성과 세계유산적 가치를 알리는 일은 충청남도가 앞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는데 역사문화적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