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TP 자산관리 사업기획본부장

"선배님,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두려워요." 방역의 일선에서 코로나19와 마주하고 있는 20여년 경력의 한 공무원이 조심스럽게 내놓은 하소연이다. 과중한 업무로 힘들기도 하지만 이러다 본인이 감염돼 집에 있는 아이들과 직장에 피해를 끼칠까 그것이 더 두렵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이는 정신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버티기 힘든 임계점에 와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것은 중앙이나 지방, 군인·소방·행정 등 소속과 직종을 가릴 것 없다.

신의 방패인 듯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일이고 위험일 뿐이다. 재난상황에서는 현장에 한발 더 다가서야 하는 공무원의 직무 특성상 재택근무도 이러한 비상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진료나 검사 등 직접적인 의료행위 외에도 행정지도나 단속을 해야 하고, 자가 격리된 사람들도 관리해야 한다. 격리된 사람들에게 음식물과 생활용품을 나눠줘야 하고 쓰레기도 따로 처리해야한다. 감염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다. 공무원이라는 엄중한 그들의 자리를 대체할 인력은 없기 때문이다.

식사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 인근 상가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바쁜 중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 매식을 해야 한다. 선의(善意)를 위장한 강제다. 그나마 박봉에 보탬이 되던 연가보상금을 빼앗아가도 큰소리로 항변하기 어렵다.

방심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드는 모양새다. 서울 클럽을 방문한 젊은이들 때문에 한 차례 고비가 더 왔지만 길고 긴 터널의 끝을 지나는 느낌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쉴 틈이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더 바쁘고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된 긴급재난지원금을 집행해야하고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대책도 추진해야한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상의 업무도 챙겨야 한다.

"열심히 일한 자 책임뿐이다"이 말은 공무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열심히 일해 보았자. 보상은커녕 일한 만큼 감사만 받아야 하고 몸과 마음만 상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모든 일을 집행함에 있어 법과 절차를 준수해야한다. 그러나 현장상황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재난상황은 더욱 그렇다. 때로는 예산을 모아쓰고 나누어 쓰기도 한다. 또 절차를 생략하거나 기간을 단축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일일이 따지다 보면 더 큰 피해를 낳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보상은커녕 질책이 앞선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가 딱 이럴 때 쓰는 말 아닐까. 지금 이 시간,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우리나라의 용기있는 공무원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모든 국민이 이들에게 힘을 모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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