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엔디컷 우송대 총장

창밖에 붉은 철쭉 융단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노랗게 송홧가루가 날린다.

잘 가꾸어진 캠퍼스의 정원엔 여러 가지 색깔의 예쁜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이 짙어져 간다.

실내에만 있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이다. 다행히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한국의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럽게나마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가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세계화의 성과를 허물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지난 20년 동안 표어가 돼왔고 우리는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놀라운 발전을 경험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삶을 똑같이 향상하지는 못했다는 자성과 항의의 목소리도 있지만 세계화가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그러나 코로나의 세계 대유행으로 물류와 운송이 중단되고 자동차, 전자, 가전 등 많은 제품의 생산이 더뎌지거나 멈추면서 세계화에 위기가 닥쳤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전염병 발생 현황 브리핑에서 효율성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업 및 산업기반 시설들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오는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은 코로나 초기 대응에 있어서도 전 세계의 모범 사례가 됐다. 필자가 살던 미국 조지아 주만 해도 인구는 한국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800명에 이른다. 다시 한번 한국의 방역에 경의를 표한다.

필자는 온라인 강의의 진행방법을 익히느라 한참 동안 고생했고 지금도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기술의 힘에 감탄하고 있다. 강의뿐 아니라 해외의 학자들과 Webina(웹세미나)를 열고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동남부 한미 상공회의소 컨퍼런스에 참석하기도 했다. 회의시간이 한국은 밤늦은 시간이었기에 약간의 피로감은 있었지만 물리적인 이동을 위한 시간낭비와 이동시의 위험성은 완전히 줄였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서는 AI, 자율주행 자동차,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첨단 기술과 IT기술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들은 사람들의 삶과 관계, 상호의존성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 사회에서 물리적 거리는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시간대를 뛰어넘는 국제회의, 공간을 뛰어넘어 중계되는 결혼식과 공연, 24시간 내내 연결되는 메시지 등으로 디지털 거리는 더욱 좁혀질 것이다.

우리는 분명히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많은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항상 삶을 즐기는 여유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아름다운 5월,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활기차게 캠퍼스 안을 거니는 학생들을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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