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핍한 시대를 살다간 시인 이상 (1935년 구본웅 화가가 그린 '친구의 초상')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궁핍한 시대를 살다간 시인 이상 (1935년 구본웅 화가가 그린 '친구의 초상') 자료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 한국의 직업정보' 연구결과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으로 시인이 꼽혔는데 평균 연소득이 542만원이라고 한다. 시인, 문인들의 글 수입이 영세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통계를 보니 먹먹해진다.

우선 이 수입은 시 원고료 외에 산문 원고료, 많지는 않겠지만 시집 인세 그리고 시인의 타이틀로 얻을 수 있는 여러 활동 수입을 합친 것으로 보인다. 542만원 수입이라면 이즈음 문예지의 시 한 편 (또는 두 편 게재) 평균 원고료를 5-10만원으로 본다면 일 년에 70여 편 정도를 발표하고 얻는 소득으로 환산해 본다. 연중 매달 꼬박 6편을 유료 기고한다는 추정인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만큼 발표할 지면을 얻는 시인은 보기 드물다. 물론 시인으로서 심사료, 강연 그리고 문학상 상금 등이 원고료 이외 수입인데 그런 기회는 그리 많지 않으니 고정 수입에 포함시킬 수는 없겠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문학잡지를 대략 300-400여종으로 꼽는다. 석 달에 한 번 펴내는 계간지가 많고 경영사정상 적절한 원고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영세출판이 다수여서 시인들 수입악화의 중요 요인이 된다. 물론 일부 잡지에서는 적절한 고료를 지급하기도 하고 많은 경우 원고료 대신 해당 잡지의 정기구독으로 대체하는 등 나름 예우를 갖춘다고는 하지만 힘들여 써낸 작품의 고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은 오늘날 우리 문학의 아킬레스 건의 하나다.

어려운 현실을 이미 잘 알고 그 분야에 뛰어드는 마당에 시인 연간소득이 542만원이라는 수치와 그 영향은 별 의미 없는지도 모른다. 수 만 명을 헤아리는 우리나라 시인 가운데 오로지 시 원고료와 관련 문필 활동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분들이 거의 없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모든 문학잡지에서 노력에 걸맞는 원고료를 지급해야 마땅한데 나라의 지원을 받는 소수 잡지 등에만 혜택이 돌아간다, 문학잡지가 많이 팔려 그 수익에서 원고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우리 문학풍토에서 300 여 개가 넘는 잡지가 모두 흑자 경영을 내기란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이런 고충을 감내하며 시인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시를 발표하는데 그만큼 시의, 문학의 매력이 크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멋지게 발간된 문예지를 읽으며 이대로 괜찮은건지 여러 생각이 오간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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