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억 들어가 입장료 받으니 욕하더라…그래도 버틸 것"

▲ (양주=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근 재개장한 두리랜드를 운영하는 배우 임채무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두리랜드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놀이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2020.5.5 ryousanta@yna.co.kr
▲ (양주=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근 재개장한 두리랜드를 운영하는 배우 임채무가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두리랜드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놀이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2020.5.5 ryousanta@yna.co.kr

배우 임채무(71)가 190억원을 투자해 30여년간 운영한 두리랜드가 3년 만에 재개장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찾은 경기도 양주 내 1만㎡ 규모 놀이공원 두리랜드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영업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한 가운데서도 구슬땀을 흘리는 임채무가 눈에 띄었다.

"원래 지난달 초에 재개장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늦춰졌죠. 전 세계적인 문제가 생겼는데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예스'할 때까지 참고 견뎠는데 힘들긴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연 두리랜드는 과거와 달리 입장료를 받는다. 투자 비용 190억원 중 150억원가량을 대출받은 상황에서, 임채무로서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시설도 미로체험부터 가상현실 공간, 슬롯 레이싱카, 게임 센터, 실내 키즈 파크, 미니콘서트 카페 등 다양하게 확충해 관리 유지 차원에서라도 그랬다.

그러나 임채무는 입장료를 받자 욕도 많이 쏟아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무료로 하다 갑자기 요금을 받으니 많은 분의 지탄이…. 오픈하자마자 육두문자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이 더 많으니까, 버텨보려고요."

임채무는 왜 거액의 빚을 지면서까지 두리랜드를 놓지 못하는 것일까. 그는 천진하게 "두리랜드에 오는 모든 사람이 그저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걸 돈 벌려고 하겠습니까. 돈 벌고 싶으면 안 쓰고 갖고 있는 게 낫겠죠. 하지만 내가 죽더라도 여기 오는 모든 분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해요. 그건 '자긍심'입니다. 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내 표정도 좋아졌어요."

임채무는 두리랜드 운영 철학과 알찬 이용 방법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요새는 온실 속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두리랜드는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종일 모험을 할 수 있어요. 투명 유리로 만든 담력 증진 공간, 외줄과 암벽 타기 같은 것도 있죠. 이런 걸 하다 보면 역경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이 알게 모르게 생길 거예요."

그는 이어 "두리랜드 키즈카페는 온종일 '프리'(free)다. 아이들이 재밌게 노는데 다른 데처럼 몇 시간 지났으니 나가라고 하면 야멸차지 않냐"고 웃었다. 그러면서 "교육동에서는 안전 교육도 이뤄진다. 심폐소생술, 불 끄기 같은 교육을 가족들끼리 와서 받으면 참 좋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두리랜드에 대한 이야기로만 1시간 가까이 채우면서도 내내 미소를 보이는 임채무 모습에서 "늙지 않는 비법"이라고 한 그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일흔이 넘어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게 노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채무는 1980년대 배우로서 전성기를 거쳐 어느덧 데뷔 5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에도 SBS TV 아침극 '맛 좀 보실래요'에 출연하며 본업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꿈은 없다. 그저 주어진 역할이면 다 하는 게 배우 아니겠느냐"고 담담하게 말한다.

"두리랜드를 운영하면서 그랬듯, 앞으로 남은 황혼의 삶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내 주관대로 살 거예요. 그래야 내일 천지가 개벽해도 후회 안 할 테니까."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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