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현 ETRI 도시공간ICT연구실 선임연구원

1960년 프랑스에서 개봉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사는 고다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본 영화는 영화사 처음으로 ‘점프 컷’이란 편집기술이 사용됐다. 촬영된 연속되는 프레임 중간을 제거하는 편집기술이다.

이로써 움직이는 사물이 순간 이동하거나 사람의 동작이 갑작스럽게 끊긴다. 최근 우리는 본 기법을 CF나 뮤직비디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누벨바그(new wave)로 불리는 프랑스 영화 운동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동안 관습적으로 지켜왔던 영화의 전통과 문법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 마저 주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롭게 창조한 관객 조롱이라고 여겨졌던 점프 컷을 통해 관객에게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경험을 상기시켰다.

이제까지 관객은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제작한 영상을 그대로 보고 느끼는 대상이었지만, 스크린에 관객을 개입시킴으로써 관객도 영화라는 프레임에서 하나의 주체가 됐다.

필자는 유튜브라는 뉴미디어의 확장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렸다.

이제까지 시청자는 레거시 미디어인 신문, TV 방송과 같은 소수에 의해 제작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제한된 시청자의 역할은 확장됐다. 시청자는 능동적인 소비자를 벗어나 쉽게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레거시 미디어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오히려 뉴미디어 플랫폼에 들어와 더욱 많이 소비되는 기현상까지 발생한다.

필자는 ETRI 도시공간ICT연구실에서 ‘스마트시티’라는 기술적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내 다양한 센서를 통해 디지털 정보를 취득하고, 도시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감지형 센서를 통해 조명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대기 오염과 인구 밀집도 등을 고려해 도시 행정에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한다.

도로의 차량 통행량을 측정해 신호 체계를 효율적으로 변경하거나, 새로운 도로 건설을 위한 기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미국 GE에서 시작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스마트시티에 덧붙여진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속 사물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현실과 유사한 디지털화된 쌍둥이를 의미한다. 부품의 고장이나 교체 등을 알려주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가능케 만들어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도시 내 시간 흐름에 따라 잘 변화하지 않는 지형이나 건물, 시설물인 정적 데이터와 날씨, 습도와 같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 데이터가 있다.

여기에 위치를 이동하는 자동차와 보행자 등의 정보를 전체 과거 시간대에 따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 및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위의 영화와 유튜브가 일방적인 소비자였던 관객 혹은 시청자의 역할 프레임을 깬 것처럼, 디지털 트윈과 결합한 스마트시티의 태동은 기존 도시가 갖는 기술적 한계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

사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모바일 컴퓨팅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스마트시티의 미래는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도시 행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의 방향성과 세상을 보는 시야를 바꿀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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