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공사 "인력부족 등 난항… 대로변 배출"
區 "내집 앞 배출" 원칙고수… 주민들만 골머리

3일 대전 유성구 구암동의 한 대로변 원룸건물에 쓰레기 내집 앞 배출 원칙을 내세우며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 = 3일 대전 유성구 구암동의 한 대로변 원룸건물에 쓰레기 내집 앞 배출 원칙을 내세우며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차원이 좁은 골목까지 들어올 수 없으니 쓰레기를 대로변에 내 놓으라고 했어요. 하지만 대로변 건물관리인은 쓰레기를 왜 남의 집 앞에 버리냐고 저희에게 화를 내는데 할말이 없었어요.”

대전 유성구 구암동 원룸촌에 거주하는 A(35) 씨는 맘 편히 쓰레기를 내놓을 곳이 없다며 하소연했다. 좁은 골목길까지 쓰레기 수거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대로변에 쓰레기를 내 놓으라는 대전도시공사 수차원의 말에 쓰레기를 대로변에 내 놓았는데 이 사실을 안 대로변의 건물 관계자는 왜 쓰레기를 남의 집에 버리냐며 불만을 표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수차원은 쓰레기를 대로변에 내 놓으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쓰레기를 버릴 때 돌아오는 따가운 눈초리는 오로지 내가 다 감수할 몫”이라며 “원룸촌 골목길에 사는 게 죄도 아닌데 왜 항상 밤늦은 시간에 쓰레기를 버려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대전 지역 내 일부 원룸촌에서 구와 대전도시공사가 원룸촌 쓰레기 수거에 이견을 보이면서 원룸촌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차량진입이 쉽지 않은 좁은 골목 안 쓰레기 수거는 불가능하다는 도시공사와 ‘내 집 앞 쓰레기 배출’ 원칙을 고수하는 구 사이에서 원룸촌 주민들의 속앓이만 지속되는 상황이다.

현재 원칙상 원룸촌은 골목길이라 하더라도 거주민이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수차원들이 드나들며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도시공사 수차인들이 골목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쓰레기를 대로변에 버려달라고 당부하는 경우도 빈번한 상태다. 골목 안까지 들어가 쓰레기를 수거해 올 여건이 현실적으로 안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로변 빌라 앞에는 골목 거주민들이 내놓은 쓰레기가 쌓이고 이로 인해 해당 건물 관리인 또한 쓰레기로 인한 악취, 미관 저해, 세입자들의 불만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대로변에 위치한 한 원룸 건물 관리인 A(35) 씨는 “골목길 거주민들이 쓰레기를 우리 건물 앞에 버리는 게 원칙에 위반되지 않느냐고 구에 항의했더니 ‘쓰레기를 이곳에 버리지 말라’는 현수막만 달랑 내걸고 끝이다”라며 “매일같이 건물 앞에 쌓이는 쓰레기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지만 골목길 주민들과 싸울 수도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사는 부족한 인력으로 관할 구역을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께 대로변 배출을 부탁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수거차가 오랜 시간 정차 할 경우 민원이 빗발쳐 우리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현실적 여건상 어쩔 수 없는 도시공사와 원칙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는 구 사이에서 주민들만 얼굴을 붉히고 있다. 구 관계자는 “도시 팽창에 따른 인구증가로 생활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는 점을 구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인력 증원 등 쓰레기 처리에 대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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