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 공연에 열광하는 아랍에미레이트 팬들. 사진=김미상

코로나19 대규모 집단감염이 촉발된 첫 확진자가 입원한 것이 2월 17일이었다. 그때까지는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전파가 진행되던 참 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전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 여세를 몰아 세계 여러 나라 극장가에서 흥행수익을 올릴 만도 했는데 코로나는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극장 상영을 접었다 해도 IPTV나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 다운비용 수익으로 보충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관 상영 수익을 놓친 아쉬움은 크다. 어디 '기생충'뿐일까.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국위 선양과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여러 분야의 유, 무형 콘텐츠가 아직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영화를 비롯하여 한국어 학습, 공연, 음원(MR), 음식, 화장품, 패션, 관광, 출판 같이 한류에 힘입어 외국으로 진출한 우리 문화 첨병들의 발이 묶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이제 조금씩 기지개를 켜면서 일상복귀를 준비하는듯 하지만 촘촘히 물리고 연결된 각국의 네트워크에 비추어 아직 미미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언젠가는 멈추었던 시스템이 재가동되면서 이런저런 문화소비도 다시 시동이 걸릴 것이다. 그간의 노력으로 인지도와 시장을 확보했던 분야는 물론이려니와 이제는 코로나19 극복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의 경쟁력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분야에까지 한류의 스펙트럼을 넓힐 때가 된 듯하다.

우선 진단체계와 발병자 추적, 관리, 치료 및 후속과정에서 세계정상 수준을 보여준 우리의 방역 시스템, 이를테면 K-Quarantine이 우선적으로 세계진출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선망하였던 선진국들의 황당한 민낯이 두어 달 만에 여지없이 드러난 이상 앞으로 계속 감당해야 할 전염병 관리, 퇴치 과정에서 확고한 선두로 자리매김할 호기를 맞았다. 이를 계기로 지금껏 주로 소비재나 유무형 문화콘텐츠 분야에 치중하였던 한류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면 좋겠다. 우리 정신문화와 국민의식, 수월적인 예절 같은 무형의 자산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시킬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서구의 역사문화와 국민성향, 가치관으로 구축된 글로벌 매너에서도 우리의 고유 예절을 K-매너로 전파하고 나아가 K-Hyo(孝)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정신문화와 삶의 트랜드 보급을 적극적으로 밀고나갈 때가 되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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