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곳곳 누비며 배송 밤·새벽 운전… 간첩 목격도
충청투데이 역사 '산증인’ 늦은 귀가…가족에 미안함
"탈 없이 근무마쳐 감개무량"

▲ 30년간 대전과 충남지역 곳곳을 누비며 매일 아침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소식을 전달한 김준겸 반장(왼쪽 네 번째) 수송 반장이 28일 본사 사장실에서 퇴임식을 갖고 성기선 대전본사사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30년간 대전과 충남지역 곳곳을 누비며 매일 아침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소식을 전달한 김준겸 반장(왼쪽 네 번째) 수송 반장이 28일 본사 사장실에서 퇴임식을 갖고 성기선 대전본사사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 조재근 기자] “30년간 지역민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해줄 수 있어 큰 보람이었습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도 매일 밤 멈추지 않은 차량이 있다.

김준겸(80·사진) 수송 반장의 신문 배송 차량은 30년간 대전과 충남지역 곳곳을 누비며 매일 아침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소식을 전달했다.

28일 퇴임한 김 반장은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은 충청투데이와 인생을 함께 한 산증인과도 같다.

매일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고된 업무 속 그를 지탱해준 힘은 바로 수많은 독자를 위해 각 지국에 신문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었다.

김 반장은 “수송 업무를 하면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30년 동안 무사히 지역민에게 알찬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늦은 밤과 새벽 운전을 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는 물론 놀랄만한 일도 다수 벌어졌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일이 있었는데 바로 25년 전 발생한 ‘부여 간첩사건’이다.

1995년 10월의 한 늦은 밤, 충남 부여 인근 한 도로를 지나던 김 반장은 길가에서 자신의 차량을 세우는 한 남성을 목격했다.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손을 들어 차량을 세우려 했고 또 다른 남성은 무궁화꽃이 핀 갓길에 앉아있었다. 길 건너 가까운 곳에 파출소도 있는데 굳이 늦은 시각 차를 세우려는 남성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김 반장은 서행을 하는 척하며 그대로 차를 달렸다.

그리고 다음 날 신문을 본 김 반장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부여에서 경찰과 간첩들이 총격을 벌이다 경찰관 2명이 순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검거된 간첩 중 1명이 지난밤 자신이 목격했던 남성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김 반장은 “(간첩들이) 차를 세우려던 길 뒤편에 험준한 산이 있는데 낮에는 거기 숨어 있다가 밤에 내려와 차량을 납치해 서해안으로 도주하려던 것 같다”며 “같은 수법으로 여러 번 차를 납치하려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새벽 5시는 넘어야 귀가하는 업무 특성상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 졸이며 걱정할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해 업무 중 가급적 집에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김 반장은 “업무 시간이 밤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처럼 오히려 전화를 하면 혹시 사고라도 난 것처럼 놀랄까봐 전화를 거의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간 별 탈 없이 근무를 마칠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면서 “나의 인생과 함께한 충청투데이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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