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시 중구청장

호지무화초(胡地無化草),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을 느낄 수 없네.

이 시는 한나라때 후궁 왕소군이 화친을 위해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는데 이때 왕소군의 심정을 후에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것이다.

봄을 맞아 산천에는 겨우내 잠들어 있던 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있지만 지금 지구촌은 지난겨울 발병한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고통과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경제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외국의 소비둔화로 수출이 감소해서 그에 따른 경제성장이 둔화 될 것이다.

맹자는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地利)가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다.

하늘이 주는 운은 지리상의 이로움만 못되고, 지리상의 이로움도 사람들 사이의 일치단결(一致團結)만 못하다는 뜻이다.

인화를 이룩하는 근본 조건은 위정자가 백성을 사랑할 줄 알고 도리에 벗어나지 않는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비유컨대 천시는 외부적 환경 즉 코로나19 감염병 발생이고 지리는 내부적 환경으로 각 국가들이 코로나19감염병의 확산을 위해 취하는 일련의 대응방법을 말하는 것이며, 인화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국가나 정부의 대응방침에 민간인들이 얼마나 많이 신뢰하고 따르는지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처음 중국에서 코로나19 발병이 있은 후 한국은 대구에서 갑작스런 집단발병으로 인해 발병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정부와 의료진 그리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도시봉쇄나 국민들의 이동제한을 하지 않고도 민주적인 대처로 위기를 넘기고 있고 이것이 세계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한국의 진단키트가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한국의 전염병관리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40여 개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선거를 연기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처음으로 총선이라는 국가적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러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그동안 한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인식하던 세계인의 시각을 의료선진국 나아가 민주주의가 깊게 뿌리 내린 세계 일류의 국민수준이 있는 나라로 바꾸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안위를 뒤로 하고 기꺼이 대구로 달려간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 소방관 그리고 일반 자원봉사자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철저하게 자가 격리를 해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임대료를 인하해주고 적으나마 용돈을 기부한 많은 국민들의 따듯한 정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리 민족에게는 어떠한 국난이 와도 슬기롭게 이겨내는 DNA가 있다. 아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국난극복에는 이념도 당쟁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서로 힘을 모아 배려하고 존중하며 이겨내는 지혜가 중요하다. 위기를 이겨낼 때 우리 대한민국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이 먼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국난극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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