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한번 다녀왔습니다'·'화양연화'…"내밀한 현실감정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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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어버린 봄, 안방극장도 올해는 매년 유행하던 청춘 로맨틱코미디 대신 중년들의 애증 이야기가 점령했다.

시청률 파죽지세를 보이며 'SKY 캐슬'의 기록을 넘보는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를 필두로 배우 이민정의 복귀로 관심을 끄는 KBS 2TV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유지태-이보영 주연 tvN 주말극 '화양연화'까지 모두 중년의 치정(癡情, 사랑으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정)을 다룬다.

반면 tvN 월화극 '반의반'을 비롯해 MBC TV 수목극 '그 남자의 기억법', KBS 2TV 수목극 '어서와', 채널A 금토극 '유별나! 문셰프' 등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로코드라마는 시청률 한자릿수에 머물며 봄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부부의 세계'는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이태오(박해준) 부부의 결혼과 이혼 외에도 고예림(박선영)-손제혁(김영민) 등 여러 남녀의 치정과 복수를 자극적이고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면서 시청률 23%(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목전에 뒀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는 서로 복수의 칼날을 가는 지선우와 이태오가 내심 서로 미련이 있는 듯한 감정을 내보이면서 애증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김희애와 박해준은 서로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면서도 서로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적인 부부의 고리를 세심하게 표현하며 호평받는다.

대사들 역시 현실적이다. "놓아버렸는데도, 헤어졌는데도 왜 이 질긴 고리가 끝나지 않는 걸까"라고 내뱉는 지선우의 한숨도, 지선우에게 "이혼녀로 사는 게 그렇다. 사람들 눈이 아직 그래"라고 말하는 병원 이사장 부인(서이숙)의 '팩트 폭행'이 그렇다.

원작(영국 BBC원 '닥터 포스터')과 비슷한 길을 걷다 독자 노선으로의 진입을 앞둔 '부부의 세계'는 결말까지 한참을 남겨뒀지만, 한쪽의 완전한 복수 성공보다는 쌍방의 상처를 그리며 현실적 마무리를 지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시청률 30% 돌파를 앞둔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채널 특성상 '부부의 세계'보다는 훨씬 경쾌하지만 마찬가지로 중년의 결혼과 이혼, 가족애를 그린다.

송가네 자매들이 모두 '한 번 다녀왔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채택한 이 작품은 '부부의 세계'처럼 파멸 대신 다시 한번 봄날을 찾아가는 중년 남녀들을 내세웠다.

송나희, 윤규진을 각각 연기하는 이민정과 이상엽은 기존 주말극에 등장한 풋풋한 로맨스와 달리 유산, 이혼, 서로의 첫사랑 등장 등 고비마다 짜릿하고 애틋한 관계를 선보이면서 극의 인기를 견인한다.

가장 늦게 출발한 '화양연화'도 제목에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듯 가장 빛나는 시절의 첫사랑과 재회한 중년 남녀가 주인공이다.

부유했던 과거와 달리 각종 허드렛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지수(이보영)는 아들이 학교 폭력에 휘말리면서 학창 시절 첫사랑 재현(유지태)과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대학 시절 부르주아 타도를 외친 재현은 지수와 반대로 재벌가에 장가를 든 상황이다.

이렇듯 '화양연화'는 세월을 정통으로 지나온 주인공들의 전사(前史) 덕분에 시작부터 스토리가 풍성해졌다. 완전히 처지가 뒤바뀐 두 남녀가 자식을 고리로 재회하면서 어떤 운명의 장난과 마주하게 될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복고풍 순수한 화면과 아름다운 배우들에 중년 간 사랑이라는 현실적 스토리를 더하면서 '화양연화'는 첫 회부터 시청률 5%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낸 tvN이 중년 멜로의 바람을 타고 '화양연화'로 다시 기지개를 켤지 주목된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중년들 이야기가 다시 안방극장을 점령한 데 대해 "중년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청춘 로맨스보다 감정이나 관계성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기회를 제공한다. 대사나 플롯 등도 더 현실적이라 공감대가 높은 편"이라고 28일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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