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청주교육원 교수

1958년 창업 이후 세계 반도체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인텔(intell)이 2017~2018년 반도체 매출 1위를 삼성전자에 내주면서 '흔들리고 있다', '위기다'라는 평가가 잇달았다.

무어법칙은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세운 가설로 2년마다 반도체 안에 담을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개수가 2배가 된다는 법칙인데 무어의 법칙 원조답게 인텔을 불과 수년 만에 트랜지스터 집적도와 성능을 몇 배씩 올려왔다. 하지만 2015년 14nm(나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선보인 후 5년여 지난 지금까지도 인텔은 프로세서 규격을 10nm이하로 줄이지 못했다. 그동안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인텔이 미세공정에서 한계를 부딪힌 것이다.

그러는 사이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무어의 법칙을 좇아 7nm 프로세서를 만들었다. 2021년에는 5~3nm의 칩을 선보이겠다고 한다. 특히 CPU 시장의 직접적인 경쟁자인 미국의 AMD는 7nm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데스크톱과 모바일 모든 영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모바일, 클라우드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인텔의 입지도 예전만 못하게 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분야는 APM이 꽉 잡고 있다. 인텔은 기술뿐 아니라 시장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여기에다 CEO 리스크까지 터졌다. 2018년 6월 CEO였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가 돼 결국 사임했다. 그를 대신해 CEO를 맡은 이가 CFO였던 로버트 시완, 그러면서 인텔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인텔의 고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제품 개선보다 예산 싸움에 치중했고, 다른 팀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래서 임시 CEO를 하다 2019년 1월 정식 CEO로 취업하던 날 그는 전 직원에게 “인텔은 굉장한 '레거시'(legacy)이지만 지금 우리 내부에 '영감'이 남아있지 않다.

과거의 영광보다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나는 거기에 내 모든걸 걸었다”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을 받은 11만 명 직원들 사이에 '인텔이 위기'라는 인식이 확산되자, 그는 오히려 “위기야말로 인텔에서 벌어진 일 중 가장 좋은일"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기를 인식해야 문제를 얘기하며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기의식을 공유한 뒤 인텔을 내부 재정비에 들어갔다.

인텔이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이 3개월 동안 '타임아웃'(Time Out)이다. 일을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그 동안 일해온 방식과 레시피를 점검해보자는 것이었다. 혁신을 위한 회사 차원의 재정비 기간이었다. 두 번째는 각 부서간 협업의 제도화이다. 인텔에서는 디자인 팀과 제조 부서의 단절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제조 부서는 세부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디자이너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텔이 도입한 것이 양쪽 3명씩 참여하는 위원회, 상시 소통과 빠른 협업을 위한 채널이다. 동시에 디자인팀끼리의 협업도 강화했는데 이 결과 최근 선보인 제품이 바로 레이크필드 (Lakefield)이다. 마지막으로 리뷰 회의보다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인텔이 일하는 방식에서 또 하나 문제가 리뷰회의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인텔에서 30년 일한 산다리 미트라 부사장은 "최근들어 회의 횟수를 줄였다"며 "직원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평가보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독려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인텔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내가 할 일은 리더로서 그들이 어떻게 한 방향을 바라보도록 할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인텔 CEO 스완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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