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우리제품을 많이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주회사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 필자가 매일같이 하는 고민이다. 연구소를 비롯한 생산파트, 영업·판촉 파트, 광고파트별로 다양한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제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우리 회사는 산소가 3배 많아 뒤끝 없이 산뜻한 '이제우린', 보리증류원주를 함유해 풍미 가득한 '린21'을 생산한다. 두 제품 모두 우리 회사만의 특허기술과 노하우가 응축된 결과물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맞는 말이다. 주류 도매업체, 음식점 및 술집, 유통매장, 소비자 등과 자주 만나는 일은 주류업체, 특히 향토기업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광고가 가장 효과적이다” 옳은 말이다. TV광고나 POP광고(구매발생장소 광고)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실질 판매로 이어주는 지름길이다. 모두 맞는 답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이다. 생산자 또는 공급자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초점이 제품에만 맞춰져 있다고 봐서다. 정작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 즉 사람의 마음이 빠져 있다. 특히 주류업계 광고는 오랫동안 제품인 술과 여성을 동일시해왔다. 여성의 몸을 선정적인 방법으로 광고에 이용했다. 소주의 주 소비층이 남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회사도 한때는 다르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광고에서 여성모델, 아이돌을 배제한지 십 수 년이 넘었다. 향토기업의 본질에 충실하자, 지역기업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마케팅비용을 모델에 들이는 대신 지역사회의 감성자본(Emotional capital)을 늘리고 연대의식을 넓히기 위한 공유가치창출(CSV)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계족산에 황톳길(14.5㎞)을 조성하고 맥키스오페라를 창단해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숲속음악회를 열었다. 뻔뻔(Fun Fun)한 클래식은 입소문을 타면서 대전·세종·충남지역 곳곳을 찾아가는 음악회로 확대됐다.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제품이 판매될 때마다 일정금액을 적립해 지역에 장학사업도 펼친다. 우리가 15년째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주뿐만 아니라 가치를 함께 판다는 생각에서다. 향토기업이 작정하고 지역사회와 연대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실제 계족산은 주말이면 관광버스가 전국에서 사람들을 실어오는 대전 대표 관광지가 됐고, 계족산 맨발축제는 대전 대표 축제가 됐다.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착한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탓도 크지만 지역사회 점유율이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고민이다. 우리의 CSV 경영에 공감하고 박수치는 충성고객은 늘어났는데 실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주 한 병에도 가치를 담아 판매한다는 우리의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세계화 시대, 표준을 요구하는 시대에 지역성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가치구매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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