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산불은 26일까지 사흘 동안 임야 800㏊를 태우고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 불로 축구장 1100여개 면적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 창고 등 14채가 불에 탔고 돼지 800여 마리가 불에 타 죽었다. 산불현장에서 멀지않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병산서원이 화마에 휩싸일 뻔했으나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중앙고속도로로 불길이 번져 한때 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되는가 하면 주민 1200 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상공에서 촬영한 산불현장을 보면 참담하기 짝이 없다. 울창한 숲은 간데없고 검은 맨땅이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그 안에 있던 온갖 식물과 동물들도 죽어나갔을 것이다. 지난해 봄엔 강원도 고성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해 2832㏊를 태웠다. 주택 400여 채가 소실됐고, 2명이 숨지는 등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냈다.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피해보상이나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조림작업을 마치려면 앞으로 3년 이상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그제 대전 대덕구 상서동의 야산에서 불이 나 임야 1천500㎡가 불에 탔다. 안동 산불, 대전 산불 모두 산불예방 기간에 발생했다. 기상청이 건조주의보와 강풍을 예보한 것이다. 산불발생의 우려가 크고, 산불이 일어나면 진압하기도 힘든 조건이다. 그렇다면 시민 모두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했어야 옳다. 이번 산불의 원인은 소방당국의 조사결과 나오겠지만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잇단 산불에 산불재난 국가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물던 시민들이 스트레스 해소방법으로 산을 찾으면서 등산 인구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모레부터는 최장 6일간의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다. 시민들의 야외활동 증가로 산불발생 의 위험성이 높아졌다. 등산 시에는 화기소지를 아예 하지 않는 등 산불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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