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인테리어 업계에서 일하는 김모(31) 씨는 3년 전 취업과 동시에 매달 25만원씩 보험료를 내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회사 사정이 안 좋았는데 연초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급기야 2월에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당장 월세와 생활비에선 돈을 줄이기 힘들다 보니 결국 보험 해약을 결심했다.

코로나 사태가 가계 경제를 강타하면서 서민들이 급전 창구로 몰리고 있다.

문턱이 높고 느린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보험을 해지하고 고금리 대출로 발등의 불을 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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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생명·손해보험사의 해지환급금은 7조 6000억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조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생명보험 3개사(삼성·한화·교보생명)와 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5개사의 보험 해지 환급금은 3조 16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3월 2조 3295억원보다 29.5% 증가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예·적금 중도해지 금액은 11조원이 넘어 한 달 전보다 3조 원 넘게 증가했다.

보험은 계약기간 전 해지하면 납입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해 손실이 크다. 예·적금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보험 해지가 급증한 것은 당장 필요한 돈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카드론도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를 비롯한 7개사의 카드론 취급 금액이 4조 3242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보다 무려 25.6% 급증했다.

3조 9148억 원을 기록한 지난 1월이나 3조 8685억원을 기록했던 2월과 견줘서도 4000억~5000억원가량 치솟았다.

카드론이 늘어난 것도 코로나 영향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론은 주로 4~6등급 신용자가 이용하는데 금리가 15~20%로 높지만 대출심사가 오래 걸리는 은행권과 달리 카드만 있으면 최대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이 급감한 자영업자 등이 카드론에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대출상품에 신청이 몰리며 병목현상을 빚었던 시기다.

제도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취약 계층은 아예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떠밀리고 있다.

실제 올해 금감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총 2만 922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했다.

지역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적금 해지야 최근 유행하는 주식 투자를 위해 했을 수 있겠다"면서 "다달이 돌아오는 대금을 막아야 하거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내야 하니 급전을 융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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