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봄은 매향으로 깨우고 벚꽃으로 무드를 달구더니 곡우(穀雨)날 봄비로 온통 연록의 융단을 깔며 향연을 펼쳐가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적어도 수십 종의 식물과 만난다. 사람들의 만남은 통성명부터 관계력이 시작된다.

식물의 이름은 식물의 분류체계에 따라 보통명과 학명이 있지만 방언과 한약명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수양버들, 눈잣, 작살, 금강송처럼 식물의 외형적 특징과 용도, 서식지에 따른 이름이 있고, 楡根皮(느릅), 枳子(헛개), 辛夷(목련) 같은 한약명도 있다.

나무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경험으로 보면 한자 공부법과 같다. 그리고 어떤 이름이라도 무작정 지어지지 않는다.

좀 쉽게 이름을 배우려면, 붙여진 이름의 유래나 어원을 연관 지어 ‘모과는 木瓜, 마가목은 馬牙, 고로쇠는 骨利水에서’처럼 연상법을 활용한다. ‘편백, 화백, 측백, 삼나무’는 잎 뒷면의 X Y형 백색 기공이나 잎꼴로 나뉘듯 비슷한 수종간 유사성과 상반된 특성을 비교하면 구별과 기억이 더 쉬워진다.

저마다 꽃이나 잎, 껍질, 색깔, 크기 등 눈으로 보이는 특징도 가지각색이다. 그놈이 그놈 같고 금방 보았던 이름도 돌아서면 잊는 것도 당연하다. 기억력의 한계도 있지만 제대로 각인되지 않아서다. 식물 이름을 찾고 나만의 개별 특이점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구상과 미선나무는 한반도 고유 깃대종이고, 솔송은 울릉도 소나무이고, 수피가 미끈한 얼룩무늬로 백송, 배롱, 모과나무가 있다.

꽃이 귀한 한여름에 자귀, 능소화, 무궁화, 배롱 꽃은 돋보인다. 음나무, 오갈피 같은 몸에 가시가 있거나 치자, 구기자, 오미자처럼 끝에 ‘子’가 있으면 대부분 약용식물이다.

일반적인 수종명에는 아종과 변종, 품종을 포함하므로 금강송, 안면송, 춘양목, 능수송, 황금송, 적송, 해송이 죄다 소나무다. 좀작살, 개두릅, 쇠박달, 물병꽃처럼 앞에 ‘개- 쇠- 좀- 물-’이 접두어로 붙으면 이명 또는 유사종이다.

주목과 솔송, 칠엽수와 마로니에, 낙우송과 메타세쿼이아, 아카시아와 아카시, 생강나무와 산수유꽃처럼 비슷한 나무들의 구분을 알고 설명할 수 있으면 특급수준으로 박사라는 호칭이 자동으로 따른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나무로 계절별, 과실별, 색깔별, 크기별로 챙겨보자. 자주 보던 나무를 직접 찾아보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꽃이나 잎을 휴대폰으로 찍어 도감이나 야생화 사이트에서도 짜릿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거나 이름표가 달린 수목원에 자주 가면 흥미롭다. 노력하는 사람 곁에는 고수가 있기 마련이고 2년이면 넉넉하다. 궁금한 것을 알고 나면 보람과 자부심은 보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오롯한 귀물이다. 4월이 가기 전에 내 나무를 골라 아주 특별한 이름을 달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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