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올림픽 주 경기장.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의 와중에서 짜증을 부추겼던 도쿄 올림픽 문제는 내년으로 개최를 미룬다는 발표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연기가 발표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전 세계의 관심에서 벗어났고 1년간 시간을 번 셈이지만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내년 여름 개최도 확실한 장담이 어려운 실정이다. 1964년 18회 올림픽이 열린 후 56년 만에 다시 개최하려는 일본은 민심을 결집시키고 상처받은 국가이미지 회복을 꾀했겠지만 일은 꼬여만 갔다.

1896년 첫 대회 이후 세계대전으로 모두 3번을 쉬고 지금까지 31회 열린 하계올림픽 개최지 중 2번 이상 유치한 도시는 런던 (3번), 파리 (2번+2024년 예정), LA (2번+2028년 예정) 그리고 아테네 (2번)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첫 출전하여 32위를 기록한 이후 1960년 로마에서 노 메달이었지만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26위를 기록했다. 그보다는 북한의 신금단 육상선수와 월남한 아버지 신문준 씨의 최초 이산가족 상봉으로 관심을 모은 기록이 남아있다. 단 몇 분간의 만남 뒤에 다시 남으로, 북으로 헤어진 부녀의 비극은 "아바이, 잘가오"라는 신금단 선수의 마지막 절규와 함께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분단 비극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 후 우리나라의 올림픽 기록은 국력신장과 더불어 36위→33→19→10→4→7→10→12→9→7→5→8위로 일취월장해왔다. 육상, 수영 같은 기초종목 메달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룩한만큼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이런 성장세와 높아진 위상, 코로나19 방역과정에서 이룩한 국격과 국제사회의 신망 등에 힘입어 이제 우리도 다시 올림픽을 개최할 때에 이르지는 않았을까. 2032년, 2036년 개최는 물론 내년에 도쿄 올림픽이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의 인프라와 노하우로 인수, 개최할만한 역량도 보유하고 있지않은가. 88올림픽 이후 월드컵을 비롯한 숱한 세계선수권대회 유치 경험으로 잘 갖추어진 시설은 물론 경기운영능력, 성숙한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는 더 이상 대규모 예산투여 없이도 올림픽 개최가 가능한 자산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올림픽 개최가 유명무실, 별다른 이익 없이 국부(國富)를 축내는 외화내빈의 이벤트라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간의 풍부한 경험과 자신감으로 이제는 흑자 올림픽, 실속 올림픽으로 이끌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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