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국회사무처가 국회 의원회관 국회의원 종합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표소에 가면 별 생각이 다 든다. 특히 이번엔 더했다. 온도를 재고 장갑을 끼니 전쟁터에 나온 기분이었다. 기표소는 늘 낯설다. 작은 독방에 갇혀 철저히 홀로 선택해야 한다. 길고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보니 더 심난했다. 누굴 뽑을지 마음을 정하고 왔는데도 망설여졌다. 결국 ‘찍고’ 나니 괜히 의구심이 밀려온다. 그래도 낙장불입이다. 나중에 이야길 들으니 아빤 나보다 더했다. 엄마에게 어떤 후보를 열심히 추천해놓곤 아빤 정작 다른 사람을 뽑았단다. 그렇듯 기표소는 참 ‘기묘한’ 곳이다.

☞4년 만에 총선을 치렀다.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어찌 보면, 코로나가 승기를 가져왔다. '푸른 표밭'은 감염병 대응의 칭찬이 담겨있다. 노고에 격려를 보낸 셈이다. 또 거기엔 '이 시국'에 변화는 시기상조라는 두려움도 담겼다. 나아가 통합당 ‘X맨’들이 돕기도 했다. 통합당 후보들은 연일 막말을 쏟아내며 국민 반감을 샀다. 민주당 입장으론 참 고마운 존재들이다.

☞자만은 금물이다. 이겼다고 해서 다 잘한 건 아니다. 조금 더 나았을 뿐이다. 좀 덜 싫었을 뿐이다. 그러니 우쭐할 때가 아니다. 여기서도 기브 앤 테이크가 나온다. '표'를 줬으니 '일'을 해야 한다. 약속을 지킬 때다. '후보'시절엔 다 걸자는 마음으로 뭐든 던진다. 좋은 건 다 베껴쓴다. '이래서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그러다 당선되면 갑자기 건망증이 온다. "내가 그랬던가" 하며 오리발이다. 이거보다 조~금 더 나은 경우는 '협상'이다. "공약처럼 완전히는 어려우니 조금 바꾸자”라며 제안한다. 공약 세울 땐 현실성을 배제했나 보다.

☞민주당은 숙제가 많다. 그들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다. 듣기엔 너무 좋은 공약들이다. 하지만 항상 뭐니 뭐니 해도 ‘머니(돈)’가 문제다. 이를 위해선 10조가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지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이건 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보기 좋은 공약들로 포장하지 않았던가. 공약은 지켜야 의미가 있다. 의원들은 자신을 ‘왜 뽑았을까’를 늘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까딱하면 그 질문은 순식간에 뒤바뀐다. 잘못하면 “왜 뽑았을까”란 원망이 들려올지 모른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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