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철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소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는 전쟁 속에서 겪는 개인의 행복과 인류애에 대한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는 헤밍웨이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의 제목과 주제는 17세기 영국성공회 신부였던 존 던의 기도문 일부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일부를 인용해 보면 “어느 누구의 죽임이라 할지라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돼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이를 위해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 울리기에.”

여기에서 종은 죽은 사람을 애도하며 치는 조종(弔鐘)이다.

당시 전염병으로 병상에 누워있던 존 던 신부가 들려오는 조종 소리에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모두 인류라는 테두리에서 공동 운명체라는 깨달음을 담고 있는 문구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우리 인류에게 코로나 사태는 그 한계를 일깨워주는 경종처럼 울리고 있다.

코로나가 일깨워준 사실 중에 하나는 cctoday@cctoday.co.kr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은 개인이나 개별 국가를 넘어서는 세상 모두의 공동 운명체적인 문제라는 사실이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온 인류가 쉽게 왕래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지구촌이 된 지금에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리고 죽어간 의사, 감염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검진과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 등 인류애를 발휘하는 착한 사람들 앞에 절로 숙연해 진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이타심일 것이다. 사태의 장기화로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많다. 손님이 줄어서 점포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게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하고 직원들 봉급도 지급해야 한다.

이런 때에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 주는 착한 임대인들이 있다. 최근까지 전국 513개 전통시장·상점가·개별상가의 3425명 임대인들이 총 3만 44개 점포의 임대료를 인하·동결했다고 한다.

착한 임대인들이 줄을 이으면서 대형 유통업계도 착한 임대료 행렬에 동참하며 고통 분담에 나섰다.

신세계프라퍼티·에프앤에프 등도 소상공인에게 임대료 납부 유예와 인하를 시행한다고 하니, 참 고마운 일이다. 병원체·독소 같은 ‘항원’이 침입하면 우리 몸 안에서는 이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겨 치료하고 재감염 시에도 발병을 막는다.

공동체 내에 갑작스런 어려움이 발생하면 항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착한 사람들이다.

숱한 어려움에도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해온 우리 역사에는 이런 이타적인 사례가 많다.

이번 코로나19로 생긴 항체가 있다면, 앞서 이야기한 착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이제 국내 코로나 사태가 많이 수그러들어, 경제활동 재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선결제·선구매’ 운동이다.

필요한 물품이나 용역을 미리 결제·구매한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착한 활동으로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이번 사태도 조기에 극복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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