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2010년 2월 6일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장태평 농식품부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 5개 부처 장·차관이 9개 부처 합동담화문을 발표했다. 청주·청원이 통합되면 정부가 법률에 명시된 지원과 함께 ‘+α’를 약속했다. 이에 대한 이행도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2010년 3차 통합 시도는 무사됐지만 곧 이어진 4차 통합 시도에서도 정부는 물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통합 확정 후 행안부 고위관계자는 다시 한 번 “2010년 정부의 지원안은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지금 우리나라의 행정구역은 조선시대와 일제감점기를 지나며 대부분 확정됐다. 하천, 산 등 자연요소가 행정구역의 경계를 이뤘고 행정력이 미치는 범위의 기준은 도보였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기존의 행정구역은 의미를 잃고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했다. 그래서 정부는 1994년 도·농 통합을 추진했고 33개 시·군이 통합했다.

행정구역통합은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경남 창원시, 2014년 충북 청주시가 탄생했다. 전북 전주·완주의 통합 시도는 재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부산광역시의 원도심인 중구·서구·동구·영도구도 통합이 불가피한 지역으로 꼽힌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행정구역통합의 동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에서 머물던 행정구역통합은 광역자치단체까지 폭을 넓히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이달 대구경북 행정구역통합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구는 찬성 46.9%·반대 25.3%, 경북은 찬성 55.7%·반대 19.5%가 나왔다. 대구경북 통합은 그 동안 도시지역이 먼저 통합을 추진하던 공식을 깼다. 농촌인구 감소로 군지역의 존립 자체에 위기감이 돌자 경북이 선제안했다. 농촌 인구 감소가 경북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 같은 방식의 행정구역 통합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행정구역통합은 정부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각종 시설에 대한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규모도 줄어든다. 규모의 경제 실현에 따라 지자체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스스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행정구역 통합도 보수적 기득권층의 반발이 일기 때문에 진통이 따른다.

통합 청주시는 행정구역통합의 ‘상징’이다. 3차례의 실패 끝에 옛 청원군의 주민투표로 ‘헌정사상 최초의 주민주도형 통합’을 이뤄냈다. 정부 주도·시민 사회 단체 주도 등 다양한 통합 추진 사례가 있고 자료가 풍부해 통합을 추진하는 자치단체의 견학 1순위다.

청주시는 통합 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주시청 신청사, 2개 구청 신설, 옛 청원군 지역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등 약속 이행을 위한 몫은 청주시가 감당하고 있다. 부족한 재정 때문에 지난해 공원 보존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정부는 재정지원 약속은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α’가 뭐였는지는 의문이다. 옛 청원군 지역의 기득권층은 지금도 통합에 대한 불만이 크다. 타 지자체에서 행정구역통합이 추진되면 청주를 찾아올 사람들에게 옛 청원군 지역 기득권층이 뭐라고 말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지역간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에 이를 먼저 제안한 충북은 입지의 장점 때문에 유치를 당연시했지만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불필요하게 과열된 경쟁에서 공정하지 못하게 탈락됐다고 생각하면 상실감은 더욱 크다. 상품은 ‘모델’이 좋아야 잘 팔린다. 정책 추진 역시 마찬가지다. 통합의 모델이 초라해지면 전국적인 행정구역통합은 힘을 받기 어렵다.

더구나 통합 청주시에 대한 지원은 법에도 명시돼 있다. ‘지방차지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33조 3항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ㆍ도지사는 각종 시책사업 등을 시행하는 경우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우선한다. 논란이 있다면 법대로 하면 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