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재 대전보건대 교수

하루 종일 환자라고는 한 명도 얼씬 안하는 시골 의원이 있다. 의사는 하도 심심하고 무료해 주머니에 청진기를 구겨 넣고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돈다.

마을 사람들이 “어디 왕진 가십니까?” 하고 물어보는 게 귀찮아서 건성으로 “예!” 하고 대답한다.

다음 날도 그랬고 그 다음 날도 그랬다. 며칠 지나니 ‘왕진 자주 나가는 유명한 의사’라고 소문이 돌아 의원은 환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낡은 자전거 한 대가 시골 의사 한 명을 먹여 살린 것이다.

예수님과 부처님은 당신 손으로 10원짜리 동전 한 잎 안만진다. 그러고도 전 세계 스님과 목사를 먹여 살리니 이게 바로 경영의 원리 아니겠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차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온통 세상을 뒤덮었다. 코로나19의 위기 때문인지 지금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전 세계의 노동자를 편히 먹여 살릴수 있을거라 생각됐다. 결과적으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졌다.

시골에서 농사짓던 농부가 대도시 공장으로 밀집하면서 폭력 등 각종 범죄가 발생했다.

이에 대도시 한 구역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해 시골 출신 노동자들에게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범죄가 줄었고, 이것이 오늘날 도시공원 탄생의 시초라 한다.

산업혁명시대 가난한 노동자들이 공장의 기계를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게 오늘날 노동조합의 시초였다고 한다.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흘러간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되면,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자리 끝내고 귀가할 때 무인택시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쯤 되면 운전면허 제도가 폐지되고 자동차 운전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택시기사와 나라 걱정을 할 수 없어 다소 아쉽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은 결과적으로 사람은 놀고 기계가 사람 대신 일하는 시대라는 뜻일 게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아직 어떻게 놀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더구나 노는 데도 돈이 필요하다는걸 안다면 더욱 그러하다.

짧은 동안이지만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많은 질서와 환경을 바꿨다. 이러한 영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다시 ‘Cyber Physical System’로 일컬어지는 4차산업혁명 사회가 될 것이다.

총선도 끝났으니 코메디는 TV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이 정치 걱정하게 만들지 말자. 합심해 포스트 코로나의 선제적 대응책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모으자.

낡은 자전거 한 대가 시골의사 한 명쯤은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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