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1. 1978년 남미 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미국인 918명이 집단 자살했다. 신흥종교집단으로 자신들만의 왕국건설을 위해 교주 짐 존스를 따르던 이들로 미국 정부가 이들을 수사하게 되자 모두 자살한 것이다. 당시 유아에게는 주사를 맞혔고, 아이 먹이고 남은 독은 엄마가 먹으면서 죽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 1992년 10월 28일 저녁,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그날 자정에 있을 재림과 휴거를 준비하는 다미선교회원들이 마지막 집회를 위해 모여 들었다. 이제 곧 세상을 떠난다는 기대 속에 전 재산을 처분하고, 마지막 남은 옷가지와 물건들은 모두 불태우고, 자녀와 함께 깨끗한 흰옷을 입고, 홀린 듯이 성전으로 들어갔다.

#3. 21세기 북한주민은 여전히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김 씨 가문 3대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추앙하고 있다. “자신을 돌보아 주시고 사랑하시는” 김정은에게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환호하며 감동한다.

영어에 brainwashing이라는 말이 있고 이에 상응하는 단어로 우리에게는 세뇌(洗腦)라는 단어가 있다. 세뇌는 말 그대로 뇌(腦)를 씻어낸다(洗)는 한자어이다.

뇌를 씻는다는 개념이 동양문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서양문화에서 먼저 사용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양 쪽 문화권 모두 인간의 특정 상태를 뇌를 씻는다는 동일한 동작으로 묘사한다는 점이 놀랍다.

처음 ‘코로나 19’가 발발했을 때만해도 바다 건너 중국의 문제를 불구경하듯 지켜보던 우리가 신천지의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갑자기 내 발등의 불로 전환되면서 오늘까지 이르렀다. 그러는 와중에 드러난 신천지의 민낯은 우리 국민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협력한다고 말하면서 정보를 숨기거나 변조시키는 행위로 많은 행정적 손실을 발생시키고 애매한 이들까지 피해를 입혔다.

신천지와는 전혀 교류가 없는데 신천지 교인으로 제출돼 방역단의 전화를 받았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신천지에 가입하면서 소식을 끊은 자녀를 돌려달라는, 아니면 최소한 이 아이들이 ‘코로나 19’ 검사라도 받도록 해달라는 애틋한 부모의 절규도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삼 뇌를 씻는다는 동작이 연상됐다.

우리나라에서 세뇌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6·25 전쟁에 대한 미국 CIA 보고서로부터라고 한다. 당시 중국의 포로수용소에서 미군 등 전쟁포로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른바 ‘사상 개조’로 전쟁 이후 중국에 남기로 결정한 포로들이 생기면서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군 포로들에게 공산주의를 무조건 주입하려 하지 않고, 다만 ‘공산주의에도 좋은 점은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만 꾸준히 전달했다고 한다. 이 메세지를 포로들이 적거나 말하도록 한 후, 이를 담배나 간식으로 강화하면서 상당 수 미군포로들을 중국 공산주의로 세뇌시켰다는 것이다.

세뇌란 한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작업이다.

한 사람의 사상과 의식이 완전히 바뀌어 특정 이념을 열렬히 따르게 될 때, 우리는 세뇌됐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이념에 대한 맹신적인 순종이다. 종교적 혹은 정치적 지도자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모습은 분명한 세뇌의 결과이다. 신천지 교인의 행동거지가 이만희 총회장의 말 한마디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 그 좋은 예이다.

불행히도 세뇌란 우리에게서 그리 멀지 않다. 혹여 나 자신도 세뇌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

우리 일상의 대화나 매스미디어, 문화 콘텐츠 등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의식과 세계관을 개조시키는 메시지가 있는지 분별하려는 의식 상태를 유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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