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름 청주시 청원구 건설과

야속하게도 자연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사무실 밖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땅, 흐드러지게 피다 못해 함박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보자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시구가 유난히도 서글프게 와닿는 2020년의 봄이다.

올해 설날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당장 외출을 꺼리게 됐음은 물론 인파가 북적이는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다.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자영업자들의 신음은 날로 커져만 갔고, 아이들로 왁자지껄해야 할 학교 교실과 운동장에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검사를 받는 인원이 늘어날수록 확진자가 늘어나고 폐쇄되는 공간이 늘어만 갔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애쓰시는 분들과 함께 시민들의 협조로 확진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진입했고, 뒤늦게 코로나19의 시련에 맞닥뜨린 세계의 시선은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형 대응 모델이 바로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가 돼가고 있다. 정부 각 부처, 현장의 인원들, 그리고 국민의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듯하다. 주말 뉴스 내내 곳곳에 만발한 봄꽃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했다. 당장 가까운 우리 무심천만 하더라도 평년 상춘객과 유사한 수준의 이동을 본 듯하다.

북적이는 인파가 모이는 시설과 장소에서는 접촉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순식간에 바이러스는 확산할 것이다.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면, 2차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고 피로도가 극에 달한 의료진과 방역당국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한참 동참 중인 누리꾼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자가 격리의 민족이다.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은 채 마늘과 쑥을 섭취하며 동굴에 칩거한 곰이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그런 민족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시민들이 다시 한번 의료진과 방역당국에 힘을 줄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