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알바 내몰린 무급 휴직자들
구인↓실업자↑ 고용대란 택배 상하차도 곧장 마감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1. 대전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A(31)씨는 3주 전부터 자차를 이용해 택배 배송 알바를 전전하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로 A씨가 근무하던 헬스장도 임시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생계가 막막해진 A씨가 택배 배송알바를 시작했지만 최근 지원자가 몰리면서 1개당 평균 1100원 하던 배송료는 80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2. 항공사 지상직 승무원으로 일하던 B(27·여)씨는 최근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왔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 2년 가까이 계약직으로 일하던 항공사로부터 무기한 무급휴가를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B씨는 “말이 좋아 무급휴가지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지금 알바도 알아보고 있다”며 막막함을 토로했다. 당장 용돈 벌이를 위해 알바를 찾아봤지만 구직업체도 없고 단기직 알바임에도 채용공고가 올라오더라도 곧장 마감되기 일쑤였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아르바이트 등 단기 일자리 구인 모집 공고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이전에는 기피 대상이었던 택배 상하차 알바부터 새벽 배송 알바, 아파트 청소 알바 등 지원 공고가 올라온 지 얼마 안돼 마감 되는 등 일용직 알바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20일 통계청의 2020년 1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 지역 일시휴직자는 6만 1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354.9%(4만 7000명) 증가했다. 일시휴직자란 조사 대상 기간에 병가·휴가·무급휴직 등의 사유로 인해 근무하지 못하는 이들로 휴직 사유가 해소될 경우 직장 업무복귀가 가능하다.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 사태로 직장별 무급 휴직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역 커뮤니티 등에서는 알바 구직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알바 구하기가 힘들다’거나 ‘코로나로 인맥 없이 알바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타격에 문을 닫은 업체 등이 늘면서 구인업체는 크게 줄어든 반면, 코로나 사태에 일자리를 잃거나 무급 휴가에 들어간 비자발적 실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알바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업체에는 수백장의 이력서가 몰리고 있다. 죽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A(52)씨는 “카페 아르바이트 1명을 뽑는데 하루에만 200명 정도 지원했다”며 “커피숍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200대 1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할 수록 불안정한 고용직 형태의 알바 등에 몰리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총체적인 고용 시장이 무너지면서 고용대란이 벌어진 셈이다. 일자리를 두고 전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힘들겠지만 정부가 장기차원에서 업체에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일용직들에게는 생계자금 지원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정화 기자 sjh@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