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ICT’ 협업… 새로운 가치 창출
전자 코, 호흡 이용 폐암 조기진단
사물 만지는 것만으로 원격통신하는
터치 케어 기술… 노약자 행동 등 파악

▲ 터치워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가 사용자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정리되어 나온 모습. ETRI 제공
▲ 터치워치로부터 수집된 데이터가 사용자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정리되어 나온 모습. ETRI 제공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복잡한 통신선로가 어지러이 얽혀있는 공간에서 컴퓨터 화면에 외계어 같은 코드를 잔뜩 쓰고 있는 모습, 방진복을 입은 사람이 실험실에서 엄청난 장비와 함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는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편견은 금물이다. ICT라고 해서 꼭 어두컴컴한 실험실에서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의사, 간호사처럼 사람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실도 있다. 호흡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 사람의 몸을 매질로 이용한 '인체통신' 기술과 캡슐내시경 등 언뜻 연구 결과만 보면 “이게 '전자'+'통신' 연구원에서 나온 것이라고?”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성과들이 많다.

과거에는 ICT가 단지 산업의 보조수단이었다면 이제는 타 산업과 융합을 이루거나 접점을 찾아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원천연구를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원인 ETRI도 마찬가지다. 충청투데이는 ETRI의 대표적인 ‘건강+ICT’ 협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조명한다.

▲ ETRI  박형주 선임연구원이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는 장면. ETRI 제공
▲ ETRI 박형주 선임연구원이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는 장면. ETRI 제공

◆호흡으로 폐암 발견하는 '전자 코'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으며, 그 중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TRI 연구진은 호흡(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진단하는데 도움 주는 의료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방사선 위험 없이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했다.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가 만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호흡가스가 들어오면 전기적 신호로 바꿔 질병유무를 판단하고 검진하도록 만들기에 기술명을 ‘전자 코’라 명명했다. ‘전자 코’ 시스템을 구동하면 내장된 센서를 통해 가스가 붙은 정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날숨의 구성성분 데이터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환자의 날숨 정보와 비교하면 폐암 유무를 판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분당 서울대병원의 도움으로 폐암 환자 37명과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해 200회를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공동 개발해 적용한 결과, 약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임상적 유의성도 확인해 폐암환자 진단 보완재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였다.

ETRI의 기술은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센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다. 실제 국제학술지 '센서&액추에이트 B'에도 게재돼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본 성과는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의 20여 년이 넘는 원천연구 노하우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 정보를 추가로 얻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판별 정확도를 높이고 위암, 대장암 등의 다양한 암의 조기 진단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 ETRI가 사람의 몸을 매질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바디 인체통신기술 개발한 캡슐 내시경. 기존 대비 영상 전송 속도가 4배가 빠르다. ETRI 제공
▲ ETRI가 사람의 몸을 매질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바디 인체통신기술 개발한 캡슐 내시경. 기존 대비 영상 전송 속도가 4배가 빠르다. ETRI 제공

◆“홀로 지내시는 부모님, 스마트폰 못 쓰셔도 걱정마세요.” 인체통신 기반 터치 케어 기술

ETRI는 '인체통신' 기술을 활용해 사물을 만지는 것만으로 정보를 원격으로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노약자의 행동과 상황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인체통신은 사람의 몸을 매질로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무선통신과 달리 인체를 신호전달 매개체로 이용한다.

ETRI는 2007년부터 인체통신 관련 원천기술을 개발한 뒤, 10여 년간 연구를 해오며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접촉하는 순간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터치 케어(Touch care)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유사기술은 카메라 및 동작 센서 기반 기술이 대부분으로 설치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가 실내 활동 여부 정도만 파악하고 사용자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터치 케어 기술은 저비용으로 간편하게 사물에 터치 태그(Tag)를 부착, 일상생활에서 행동을 데이터로 수집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이 가능하다. 특히 보안성이 높고 인체의 접촉을 통해 통신이 이뤄지므로 복잡한 연결 절차가 필요 없는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인체통신 기술을 ㈜디엔엑스에 기술이전한 뒤, 스티커 형태로 사물에 부착 가능한 터치 태그와 손목밴드형 터치 워치(Watch)를 만들었다. 태그의 크기는 2㎝ x 2㎝로 정보를 알고 싶은 생활 속 사물 곳곳에 부착하면 된다. 사용자가 터치워치를 손목에 차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집안 곳곳의 터치태그가 부착된 사물을 접촉하는 순간 행동 정보가 인체를 통해 터치워치로 전달돼 데이터가 수집된다.

수집된 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 통신을 이용, 서버로 전송된다. 이렇게 전송된 데이터와 생활패턴을 분석해 △약 복용 횟수 △식사 횟수 △화장실 사용횟수 △TV 및 에어컨, 가스 사용정보 △실내 위치정보 등의 파악이 가능해 노인 건강관리 서비스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컨데 부모님이 약을 드시지 않으면 시계를 통해 알람을 울려 드시도록 해준다. 또 위급한 상황을 파악, 응급 알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독거노인 등을 걱정하는 자녀들이 부모님의 하루 생활을 실시간으로 자녀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모니터링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힘겨운 내시경 검사는 끝. 캡슐 한 알로 손쉽게

ETRI가 국내 업체와 함께 캡슐을 삼켜 사람의 소화기 질환 중 약 54%를 차지하는 식도와 위를 효과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불편 없이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ETRI는 사람의 몸을 매질(媒質)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바디(In-body) 인체통신기술로 캡슐 내시경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대비 영상 전송 속도가 4배가 빠른 초당 24장 24프레임(fps)와 최대 10M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낼 수 있다. 캡슐이 식도와 같은 부위를 빠르게 내려가다 보면 많은 부분을 한 번에 촬영해야 하는데 고속 데이터 통신으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캡슐이 촬영한 영상은 몸에 붙이는 전극 또는 벨트 형태의 수신부를 통해 다시 체외에 있는 수신기로 전송돼 저장된다. 해상도는 320 x 320 dpi수준이며 의사는 수신기를 보면서 캡슐을 마그네틱 컨트롤러를 이용해 제어할 수 있다. 캡슐에 자석이 내장되어 있기에 자유롭게 자세를 바꾸거나 위벽에 캡슐을 머무르게 만들어 원하는만큼 자세한 관찰이 가능하다. 현재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8~10시간 내외다. 인바디 인체통신은 최대 12시간까지 동작이 가능해 충분히 검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캡슐내시경은 향후 유선내시경을 대신하며 의사의 진단을 돕는 역할로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협력 기업과 함께 상부위장관용 캡슐내시경을 위장질환의 발병률이 가장 높은 중국과 식도 질환 발병률이 높은 영국과 유럽 등에 우선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에는 본 기술을 더욱 고도화시켜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등 전체 소화기관을 검진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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