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초과학연구서 첨단산업까지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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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초과학연구서 첨단산업까지 책임진다
  • 이심건 기자
  • 승인 2020년 04월 20일 19시 30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4월 21일 화요일
  •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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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핵심 연구시설 가속기 3대 보유… 국내기술 경쟁력 향상·첨단산업 개척 앞장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 ‘양성자가속기’
국내 유일 선형 대용량·세계 세번째 규모, 기초·생산연구 등 수행… 7년 무사고 운전
물질 특성 변화시켜 ‘현대과학 연금술자’… 알츠하이머 뇌 신경독성 제거 기술 개발 등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자선가속기’
총 2기 운영… 친환경소재 등 종합연구
14개 산업체·출연연과 공동연구 진행, 중소기업 5곳과 MOA… 기술지원 제공
중이온가속기… 희귀동위원소 생성 연구시설
의료·원자력·생명공학 산업 전반 활용… KAHIF 구축으로 국내 기관 최초 보유
원전안전성 향상 분야서 높은 비중 활용… 빔 이용 연구 및 산학연 연구지원 ‘우수’
▲ 종합엔지니어링동 1층 운영실에서 국내 최초로 구축된 중이온빔 가속기 KAHIF의 장치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거대과학의 핵심 연구 인프라 '가속기'

가속기는 높은 전압의 전장에서 전자, 양자, 이온 등을 가속해 인공적으로 높은 에너지의 방사선을 얻는 장치이다.

가속기는 물질의 구조, 방사선이 재료에 끼치는 효과 등에 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에는 의료 분야와 첨단산업 분야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며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연구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거대과학의 핵심 연구 인프라인 '대형가속기 강국' 도약을 위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신규 구축, 양성자가속기 시설 확충, 중이온가속기·중입자가속기 적기 조성 등의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처럼 기초과학연구와 의료 및 산업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세 종류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의 양성자가속기,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전자가속기, 가장 최근 구축된 중이온가속기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 과학 미다스의 손 '양성자가속기'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운영하는 양성자가속기는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선형 대용량 양성자가속기이자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규모의 양성자가속기이다. 양성자가속기는 미래 원천기술 개발과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원 독자 기술로 완성돼 13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2만 시간, 7년 무사고 운전을 달성했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를 빠르게 가속시키고, 가속된 양성자를 다른 물질에 충돌시켜 성질을 바꾸는 장치이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에너지가 100MeV(1억 전자볼트, 1.5볼트 건전지 6700만개 에너지)에 달해, 양성자가 1초당 13만㎞의 속도로 다른 물질의 원자에 부딪히게 할 수 있다. 다른 물질의 원자핵과 반응하거나 원자핵을 쪼개 다른 원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거나,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 '현대 과학의 연금술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특히 우리나라 유일 양성자가속기인 경주 양성자가속기 경우, 최대 빔 전류가 20mA인 대용량 가속기로, 연구자에게 1초당 1.2경의 양성자를 제공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 △생명공학, 신소재, 반도체 등 기초연구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연구 △반도체의 우주·대기 방사선 효과 등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동안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통해 대구카톨릭대 김종기 교수팀이 투과성 양성자로 알츠하이머 뇌 신경독성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광주과학기술원 조지영 교수팀은 양성자 조사를 통한 열전 소재의 열전 성질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서울대학교 이탁희 교수는 양성자 빔을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전도특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향후 원자력연구원은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사선 융합기술 개발'과 '대형 원자력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도전적·창의적 기초과학 연구역량 강화'를 목표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 중이온빔 조사서비스를 앞두고 막바지 구조체 점검을 진행하는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 중이온빔 조사서비스를 앞두고 막바지 구조체 점검을 진행하는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첨단소재 개발 출발점 '전자선가속기'

방사선 기술은 의료, 산업,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국민 보건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사선은 바로 전자선이다. 전자선은 제품을 투과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특성이 있어, 전력용 반도체, 내열전선, 의료용품 멸균 등에 활용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자선실증연구시설이 없어 실용화 연구가 어려웠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방사선 연구기반 확충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총 190억원을 투입해 2018년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 전자가속기를 구축함으로써 전자선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전자선가속기는 전자를 높은 에너지로 가속해 방사선을 발생시킨다. 전자선가속기는 에너지 크기에 따라 투과력의 차이가 있어, 제품의 두께에 따라 그에 맞는 전자선가속기를 선택해 조사한다.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는 10MeV(메브)/30kW급 1기와 2.5MeV/100kw 급 1기 등 총 2기의 전자선가속기가 있다. 10MeV 가속기는 두께 3㎝, 길이 10m, 폭 2m 규모의 물질까지 투과할 수 있어, 대형 복합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차량용 철판에 고에너지 전자빔을 쪼이게 되면 무게는 가벼워지고 강도는 세지는 등 성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2.5MeV 가속기는 7.5㎜ 두께까지 투과할 수 있는 시트형, 섬유형 복합소재 개발에 최적화돼 있어 대면적 흡착 필터, 이차전지용 멤브레인, 의료용 헬스케어 제품 및 고분자 소재 등 개발에 활용된다.

원자력연구원은 전사선가속기를 활용해 방사선 소재산업 핵심 연구 분야인 △산업용 첨단 신소재 △의료·생명공학 산업소재 △친환경소재 △항공우주·해양·국방 소재 등을 한 자리에서 연구·실증하는 종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방사선·열경화 기술을 적용한 3대 활용 분야(선박 부품 및 자동차 내장재 등 '첨단소재' 태양전지소재 등 '친환경 에너지' 조직재생유도제, 의료기기 전극용 패치 등 '라이프·헬스 케어')에서 ㈜효성, KIST 등 14개 산업체 및 출연연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중소조선연구원 등 5개 중소기업과 MOA 체결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중이온가속기'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암 치료와 방사선 육종 등 의료, 원자력, 생명공학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연구시설이다. 원자력연구원은 2018년 12월 고주파 선형가속기 기반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KAHIF)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중이온가속기를 보유한 기관이 됐다.

그간 해당 조사시험서비스를 필요로 했던 산·학·연 연구자들은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이용시간도 상당히 제한적인 국외 가속기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이 전무했던 국내 여건 때문이었다. 인프라 확보가 절실했던 가운데 탄생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KAHIF는 마침내 2018년 5월, 최종 성능 확인을 마치고 본격적인 중이온빔 서비스 지원에 돌입했다.

KAHIF는 가벼운 헬륨 이온부터 철, 제논 등 무거운 이온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중이온을 핵자당 1MeV(메가전자볼트)로 가속 후 표적에 조사해 재료 특성을 연구하고, 소재 성능을 시험·평가한다. KAHIF 중이온빔 조사서비스가 가장 비중 있게 활용되는 연구 분야는 '원전 안전성 향상'이다. 가동 중인 원자로와 핵융합로에서 반출되는 다량의 이온 및 중성자는 핵연료 피복관, 대면재, 구조재 등의 재료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내구성을 약화한다. KAHIF를 활용해 이온 및 중성자 조사 환경에 따른 재료 특성 변화를 정확히 평가하고, 적합한 내구성을 갖춘 피복관 및 대면/구조재의 재료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세계적인 수준의 가속기를 활용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향상하고 첨단산업 개척에 앞장설 계획이다.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