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과표팀장

얼마 전 갑자기 집이 팔려서 이사를 하게 됐다.

아직 이사 갈 집은 구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짐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에서 13년을 살면서 제대로 청소를 한 적이 없어 케케묵어 먼지가 쌓인 물건들이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베란다에 버리지 못하고 놔둔 고장 난 선풍기와 청소기가 보였다.

선풍기와 청소기를 버리려면 가전제품이라 폐기물 스티커를 발급받아 밖에 내놔야 한다.

인터넷으로 스티커를 발급받으려는데 프린터기 토너가 다 돼 인쇄가 안 된다.

그렇다고 행정복지센터까지 가기는 너무 귀찮아 언젠가 버려야지 하면서 버리지 못하고 베란다를 오고 가며 마음속의 짐으로만 놔뒀다.

그러다 재활용품을 버리려고 아파트 한쪽의 재활용 수집 장소에 갔는데 전에 없던 새로운 수거함이 보였다.

무엇인지 궁금해 한참을 바라봤는데 수거함 앞에 '중소형 가전제품 전용 수거함'이라고 커다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게 뭘까 싶어 읽어 내려갔다.

컴퓨터 본체, 노트북, 모니터, 프린터, 음식물 처리기, 전자레인지, 전기다리미, 청소기, 믹서, 선풍기, 전기밥솥 등의 수거함이었다.

‘돈을 내고 스티커를 발부해 버리지 않고 그냥 이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기쁜 맘으로 집으로 뛰어 올라가 그동안 버리지 못했던 선풍기와 청소기를 들고나왔다. 그리고 또 버릴 것 없나, 집안을 뒤져서 오랫동안 쓰지 않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믹서도 갖다 버렸다.

그리고 '중소형 가전제품 수거함'이 어떤 제도인지 궁금증이 들어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폐가전 제품의 불법적인 처리를 사전에 차단해 이를 친환경적으로 회수함으로써 온실가스가 대기로 반출돼 지구온난화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지자체·전자제품 생산자가 국민이 더 손쉽게 예약 한 번으로 폐가전 제품을 배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수거 체계를 구축해 한국 전자제품 자원순환 공제조합에서 '폐가전 제품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모바일(www.15990903.or.kr), 전화(1599-0903)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예약하면 수거 기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무거운 폐가전 제품을 수거해가는 서비스이다.

가습기·재봉틀·영상 게임기 등 중소형 폐가전은 5개 이상 동시에 배출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므로 '중소형 가전제품 전용 수거함'에 모아서,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대형 폐가전 제품은 인터넷이나 전화, 또는 모바일 앱 '폐스'를 이용해 폐가전 무상 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폐냉장고와 에어컨에 함유된 냉매는 평균 120g인데 적정한 방법으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로 방출되면 지구 온난화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앞으로 폐가전을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해 수수료도 아끼고 후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데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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