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빈 대전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철학자 중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칸트는 그의 철학만큼이나 특이한 일화들을 많이 남겼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가 규칙적인 산책이다.

그는 루소의 ‘에밀’과 프랑스혁명을 보도한 신문을 읽다가 산책에 나서지 못한 두 번을 제외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같은 발걸음으로 걸었다고 한다. 그가 매일 오후에 어김없이 산책에 나서면,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규칙적인 산책에서 드러나듯이, 칸트는 삶에서 아주 조그마한 변화라도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것은 아마도 조그만 변화가 일상의 질서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칸트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규칙적인 일상은 삶에 평안함을 가져오지만, 일상의 변화는 어려움을 초래한다.

몇 번의 개학 연기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이어 온라인 개학을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의 교실은 학생, 학부모뿐만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혼란을 던져주고 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맺어야 할 우정의 시간을 잃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시와 이를 대비하기 위한 각종 학습, 평가 일정이 흐트러지면서 일상의 혼란을 가장 극심히 겪고 있다.

학부모들 또한 자녀 돌봄, 진로·진학 및 학습 상담을 전담하던 학교가 휴업에 이어 온라인 개학에 들어가면서 일상의 붕괴가 불러오는 난감함을 절감하고 있다.

한편 선생님들은 IT 강국에 살면서도 접해보지 못했던 ‘온라인 클래스’, ‘LMS’, ‘ZOOM’ 등의 낯선 교육 환경을 미쳐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수업에 도입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 교육 공동체가 경험하고 있는 일련의 코로나 사태처럼 특수한 것들을 보편으로 추상해, 새로운 일상을 창조하는 능력을 칸트는 반성적 판단력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반성적 판단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중심에 선생님들이 있다.

선생님들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온라인 개학이라는 특수적 사태들을 새로운 보편적 사태로 생성해 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교과 수업과 창의적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매일 채팅을 통해 조·종례를 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새로운 교육 일상을 창안하고 있다.

면대면으로만 진행해 왔던 교육에 더해서 온라인 상에서 또 다른 교육을 생성해 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새로운 일상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임을 시사하는 말이다. 앞으로 코로나 말고도 더 심한 감염병이 창궐해 우리 교육의 일상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마다 우리 선생님들은 선생(先生)하는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교육 일상을 창안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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