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부여서 익생의원으로 출발, 인근까지 인술 펼쳐 지역민에 신뢰
1963년 강경 옮겨 한일의원 개원… 1982년 논산서 백제병원 시대 개막
故이덕희 박사 日징용 피해 中 망명… 병원 수입으로 독립운동 자금 지원

▲ 백제종합병원 전경. 백제병원제공
▲ 故이덕희 박사. 백제병원 제공
▲ 1982년 5월 개원당시 병원 앞에서 의료진들과 함께 담은 기념사진.(가운데 故 이덕희 이사장). 백제병원 제공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내달 4일, 백제종합병원이 38주년을 맞는다. 이 병원은 노인전문병원과 한방병원을 함께 운영하면서 협진체계를 구축,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논산시로부터 시립노인전문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 중부권 최고의 종합병원으로 부상했다. 본지에서는 이 병원의 설립자 故 이덕희 박사의 독립운동사와 병원설립 배경, 그리고 의료시스템등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故 이덕희 박사의 독립운동사

백제종합병원 설립자인 故 이덕희 박사는 1920년 보령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용감하고 대담한 성품에 포용력이 뛰어나 친구들 사이에서 늘 지도적인 위치에 서 있었다.

이 박사의 이러한 사람됨은 독립운동을 하던 그의 부친에게서 받은 영향이 컸다. 일제의 탄압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르는 등 부친은 곧은 성품과 지사적 실천으로 온몸을 조국과 광복을 위해 헌신했다.

부친의 독립운동으로 곤란을 겪은 가족들은 늘 일본 경찰의 감시 속에서 생활해야 했으며, 그들의 탄압으로 가산은 날로 소진되어 이 박사가 보통학교를 졸업할 당시에는 상급 학교 진학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항상 진취적인 기백을 잃지 않았던 이 박사는 가사를 도우며 주경야독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특히 어려운 조국의 동포들을 돕고 자신의 빈곤한 처지도 동시에 해결하는 그가 선택한 진로는 바로 의사가 되는 것. 침략 전쟁에 몰두하던 일제의 징병 영장을 받아들고 고민하던 이 박사는 독립투사의 아들로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나라를 위해 투쟁해 왔는데, 일제를 위해 전장에 나간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박사는 이대로 의사의 꿈을 접을 수 없어 중국 땅으로 망명을 결심하고 1939년 봄에 조국을 떠난다.

중국에서 힘겹게 생활하면서도 의사가 되는 꿈을 버리지 않았던 이 박사는 중국의사시험에 합격하고 당당히 의사의 길로 들어선다.

그가 처음 병원을 개설한 곳은 길림성 길림현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하던 많은 애국지사들의 발길이 잦은 곳. 병원에서 얻은 수입으로 이 박사는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을 위해 '교포 소학교'를 운영, 동포 자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민족혼을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만주에서 망명생활 동안 우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된 이 박사는 '송화강의 증언'과 '여명의 종소리' 등 다수의 저서 발간을 통해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병원 설립 배경

백제종합병원 설립배경에는 이준영 이사장의 부친 故 이덕희 박사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이 박사는 일제시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1945년 해방이 되면서 조국으로 돌아와 충남 부여에 자리를 잡고 '익생의원'을 열었다. 해방이 되면서도 지역민들의 처지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당시 아파도 약 한번 써 보지 못하고 고통을 참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 그런 와중에 이 박사는 부여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 인술의 혜택을 베풀며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게 됐다.

하지만 해방의 기쁨도 잠시뿐. 곧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이 박사는 군의관으로 자원 입대해 일선에서 부상장병을 진료하기도 했으며, 전쟁이 끝나고 안정을 찾아가던 무렵 1961년 부여군수로 임명돼 공직에 몸담기도 했다. 1963년 강경으로 이주한 이 박사는 '한일의원'을 열고 본격적인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시기에 지역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들로 분주하게 보내면서 지역에서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

◆새로운 역사의 시작, 백제종합병원 탄생

이 박사는 당시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취약지 병원 건립'을 신청, 지정받고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1982년 5월 4일 마침내 의료법인 백제병원의 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접근성에서 볼 때, 충남 서남부권을 사통팔달로 연결하는 논산에 종합병원을 개설한 것은 이 박사 개인으로서도 오랜 꿈을 이룬 성과이지만, 지역주민들에게도 가뭄 끝의 단비처럼 숙원이 풀린 셈이다.

백제병원 탄생으로 수술을 받기 위해서 대도시로 떠나야 했던 불편 해소와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의 기대가 컸던 것. 한정된 의료 수혜 인구로 인한 병원 운영의 한계성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 수진자들이 폭넓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선진화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백제병원의 노력이 논산뿐만 아니라 충남 중부권과 전북 서북부 일대의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어 개원 2년 후 병원을 증축하고 신경정신과를 증설하는 등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 날로 확장일로에 접어들었다. 1991년에는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받아 본격적인 응급체계를 구축했고, 1997년에는 2년여의 공사 끝에 여성과 어린이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모자보건센터가 준공됐다.

그러나 백제병원의 역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기록은 노인전문병원과 백제한방병원, 논산시립 노인전문병원 개원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양·한방 두 가지 의료 시스템을 협진 형태로 통합해 만성 질환과 고난도 질환에 적용, 탁월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당장의 진료성과보다 환자 중심의 열린 진료, 시대를 앞서 가는 진료를 시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노년 인구가 점차 늘어가는 최근의 추세에 발맞춰 장기 진료 및 입원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해 노인 환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부친 이 박사의 뜻을 이어 받아 현재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영 이사장은 “오늘이 있기까지 개원 당시부터 지금까지 열과 성을 다해 일해 주셨던 임직원들과 오랜 세월동안 관심과 보살핌을 주신 사회각계 인사와 지역민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병원은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무한한 의지를 바탕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면서 지역의 건강을 지키는 종합병원으로서 사명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첨단 의료장비 도입

현재 백제병원 진료부의 개설과는 총 20개로 1985년 Brain C-T를 도입 설치한 후, 최신 나선형(헬리컬) CT전신용 전산화 단층촬영기, 초전도 자기공명 영상화 촬영장치 MRI, 체외 충격파 쇄석등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에는 도내에서 유일하게 심혈관센터를 개설, 심혈관 조형술은 물론 관상동맥 조형술 및 중재적 시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물론 응급 심장질환자들의 소생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특히 2019년 1월에는 지역 최초로 3·OTMRI(필립스), 128slic CT(필립스) 1호기와 더불어 2호기를 새로 도입, 운영하며 보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조기 질병 발견 치료를 위한 검강검진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고령화로 인한 체계적인 진료시스템 구축과 임플란트 등 전문적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과전문센터를 개설,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고령화로 인한 노인성 질환인 퇴행성 관절 및 척추질환을 손쉽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척추관절센터를 개설, 운영해 많은 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얻고 있다.

이재성 원장은 "늘 환우들의 곁에서 온몸과 마음으로 치유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빛과 소금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논산시립노인전문병원 이재효 원장은 "백제병원과 협진체계를 구축, 노인성만성질환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면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논산=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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