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생산 농가 기준 27%인 256㏊ 냉해입어
코로나19 영향… 인력·자원봉사 줄어 농가 한숨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국내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천안지역 배 농가들이 저온 피해에 이어 ‘코로나 19’로 인한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배 꽃 인공수분(화접)까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생산량 저하에 따른 해외 수출 물량 조차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천안배는 성환과 직산, 입장 등 북부 4개 읍면을 중심으로 1027㏊(901개 농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과 6일 지역에 갑작스런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저온피해(냉해)를 입은 과수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시에서 파악하는 피해 현황을 보면 북부 4개 읍면 741개 농가 재배면적의 25%인 223㏊가 극심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생산 농가를 기준으로 보면 27%인 256㏊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열매를 맺어야 하는 배꽃 수술이 까맣게 죽은 상태다.

총 8개의 꽃송이 중 단 한송이에라도 화접을 시도해야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꽃이 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에다 선거까지 겹치면서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고, 자원봉사자의 손길도 줄어 농민들은 한숨만 쉬고 있는 상황이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정억근 과수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봉사를 자청하는 단체들까지 크게 줄면서 농가들이 평소 같으면 3번 이상 시도하는 배 화접을 한두 번으로 줄이고 있다”며 “평년보다 생산량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산량 저하가 불가피해지면서 지역 농협도 수출에 영향이 미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천안에서 생산되는 배 가운데 15% 정도가 수출물량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배는 우수한 품질에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미국과 캐나다, 베트남, 대만 등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줄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애써 닦아 놓은 판로를 잃은 가능성이 높아진다.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 박성규 조합장은 14일 성환 소재 배꽃가루 채취센터에서 열린 김경규 농촌진흥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올해는 생산량이 40%까지 줄 것으로 보이는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단가가 올라가면 그 자리를 중국이 치고 들어온다. 한번 빼앗긴 시장을 찾아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며 “최대한 끝까지 인공수분을 시도할 수 있도록 농가들을 독려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의 배꽃은 12~13일 만개한 상태로, 인공수분은 오는 20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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