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던 한 공익광고가 꽤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대한민국 듣기평가'로 시작하는 이 광고에는 한 어린이가 등장해 ‘다음 회의의 문제는?’ ‘다음 대화의 문제는?’ ‘다음 토론의 문제는?’ 이란 세 가지 퀴즈를 제시한다.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자녀와 부하직원의 말을 무시하는 상사, 자신의 말만 하는데 급급한 토론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탄다. 사실 이 공익광고는 자신의 말하기에만 열중하고 상대의 말에는 제대로 듣기가 이뤄지지 않는 세태를 꼬집는다. 그리고 이 대화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듣기'이고,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잘 들으면 다 풀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 광고를 들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무수히 많은 대화 중 얼마나 많은 듣기가 이뤄졌는가, 말하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또 상대방의 이야기에 얼마나 집중했는가,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듣기가 이뤄졌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가 흔히 하는 '대화(對話)'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다. 여기서 일방적인 말하기나 듣기가 아니라 주고받는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해 보면, 듣기도 말하기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선가 '말하는 것은 기술, 듣는 것은 예술'이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이 말이 참말이라고 본다. 말하기가 자신의 의사를 논리정연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이라 한다면, 듣기는 상대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때론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말하기와 듣기는 서로의 우열을 논하기 어렵고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바로 어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투표는 국민의 말하기 중 매우 효과적이고 파급력이 큰 방법 중 하나이다. 선거를 통한 국민의 말하기는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국민이 투표권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소중한 표들이 결국엔 국민의 목소리이자 뜻이기 때문이다. 꼭 투표가 아니더라도 선거날을 전후해서는 유권자든 후보자든 수많은 말하기가 쏟아진다. 특히 이들의 말하기는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더욱 활발해진다. 각 후보자는 자신의 이름과 공약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 위해 목이 쉴 정도로 많은 말을 한다. 지역의 현안과 숙원사업 등에 대한 유권자의 말하기가 후보자에게 가장 잘 전달되고 수많은 대화가 오고가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듣기가 빛을 발하는 시기도 선거철이다. 후보자가 듣는 것에 충실한 때가 바로 선거철인 것이다. 이때만큼은 후보자들도 지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듣기를 경청이라 부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역 민심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꼭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2018년에 출발한 제8대 대전시의회도 시민의 뜻을 경청하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고 '행복한 대전 시민과 함께 소통하는 의회'라는 의정슬로건을 세웠다. 그 무엇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시 응답하는 소통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환점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이번 4·15총선에서 누군가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선거를 준비하고 치르는 동안 유권자의 말하기를 가까이서 경청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역민의 목소리 듣기에 더욱 집중하길 바란다. 그리고 민의의 전당인 그곳에서 말을 하게 될 터, 민의의 대변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간 지역민은 그들의 경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말하기가 제대로 행해지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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