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자격시험 연기
보험회사 취업·근무 불가능
생계 위해 불법행위 가담도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1. 대전에 거주하는 A씨(45)는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지역 생명보험회사에서 보험설계사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로 매달 실시하는 등록시험이 잠정적으로 연기되면서 보험판매자격이 없는 A씨는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로써 생활비로 이어지는 교육비도 한 푼을 못받게 되면서 두 달째 급여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낮에는 보험회사로 출근하고, 밤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병행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2. 친한 지인의 소개로 보험대리점(GA)에서 보험설계사 교육을 받은 B씨(39·여)또한 사정은 마찬가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여파로 설계사 자격시험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지인의 권유대로 자격없이 타인명의로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달 생활비라도 받으려면 내 이름으로 계약을 넣고 수수료를 챙겨가라는 지인의 권유대로 보험 판매를 하며 근근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예비 설계사들의 생계가 막막해지고 있다. 1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충청권 보험설계사 자격시험은 2017년 1만 302명, 2018년 9333명, 지난해 1만 2061명 등으로 해마다 1만 여명이 응시하고 있다. 이는 매달 1000여명이 성별과 연령, 학력을 따지지 않아 대표적인 생계형 직업으로 꼽히는 보험설계사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코로나 발생 이후 생·손보협회는 2월 24일부터 이달까지 보험 관련 자격시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설계사 자격시험과 언더라이터와 종합자산관리사 등 자격시험도 취소하거나 하반기로 미뤄졌다. 이에 예비 설계사들은 생활고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험 취소로 보험회사의 취업에도 불가능하고, 정상적으로 근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예비 보험설계사들의 전언이다.

실제 지난 9일에는 더 이상 생활고를 견디기 힘들었던 예비 보험설계사가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제기, 4700여명(14일 기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일부 보험대리점(GA)에서는 생활고를 겪는 예비 설계사들의 처지를 이용해 불법행위에 동원하고 있다.

예비 보험설계사 또한 무작정 시험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다른 일자리를 구하거나, 일부는 당장의 생계유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행위에도 가담하고 있다.심지어 동료 명의로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아가는 경유계약을 자행하고 있다. 경유계약은 정확한 수수료 계산이 어렵고, 중도해지나 민원이 발생하면 민·형사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격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지역 보험협회 관계자는 “예비 보험설계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소수라도 시험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현재로써는 머지않은 시점에 가능한 자격시험 방안이 발표되길 기대하고 있을 뿐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권혁조 수습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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