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선거관리위원회 초빙교수 남궁희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선 학교를 방문해 민주시민 정치교육을 하면서 미래 유권자인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또 그들의 발전과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 자세하게 들어다본 우리의 청소년들은 초등학교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의견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대표자를 뽑고, 그들이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몸으로 익히고 있어 선거나 투표과정에 대한 설명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통치할 자격을 갖춘 뛰어난 자들이 통치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플라톤의 국가론이나, 정치 명언을 통해서가 아니라 광화문 광장 등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정치 상황으로 체험하면서, 시민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자유롭게 토론하고, 소통하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민주시민으로 교육되고, 자라난 청소년들이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직접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게 되는 선거권을 부여 받고 참여하게 되니 나름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의 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선거라고 서슴없이 대답을 한다. 그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투표가 우리나라에선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물으면 다들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 선거라고 대답하는데, 더 거슬러 많은 국민들이 참여한 투표가 있다고 하니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 광복이전에는 조선시대인데 어떻게 투표를 해요. 왕정국가인데.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이렇게 되묻는다.

정말 논리적이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다. 대부분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세종대왕은 지금부터 590년 전인 1430년(세종 12)에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국민투표를 실시한 왕이셨다고 하면 다들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왕이 왜 투표를 시켜요? 아니, 교통도, 통신도 발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투표를 해요?', '뭔가 이상해요.' 등등 다양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들을 내놓는다.

그럼, 세종실록을 근거로 1430년 3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무려 5개월간에 걸쳐 '정부·육조와, 각 관사와 서울 안의 전함(前銜) 각 품관과, 각도의 감사·수령 및 품관으로부터 여염(閭閻)의 세민(細民)<일반적인 가정의 구성원 한명, 한명>에 이르기까지 모두 가부(可否)를 물어서 아뢰게 하라.(「세종실록」, 세종 12년 3월 5일)'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들 눈이 반짝해서 쳐다본다. 기성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관심을 표출하는 그들을 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투표에 많이 참석할 것 이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들은 투표일에 시간과 여건이 되지 않으면 사전 투표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다. 올해는 4월 10~11일이라며, SNS를 최대한 활동해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를 찾고, 서로 다른 선거구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같은 장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며, 약속 시간을 정하기 위해 단체 톡을 활용하는 열성파인 친구들도 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19세의 비율이 20~24세 비율보다 높다.(중앙선관위 보도자료 2018. 9. 18.) 이번에도 18~19세의 청소년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을 것 이란 기대를 하면서 이들이 좀 더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고, 꾸준하게 정치에 참여하도록 관심을 갖도록 도와주는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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