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정책연구소장

네 차례에 걸친 휴업 끝에 초중고가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지난 9일 86만에 달하는 중3, 고3 학생들이 개학하고 수업에 돌입했다. 전국적인 규모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해당 학교 100%가 개학을 했으며, 학생 출석률은 99% 안팎이었다. 짧은 준비 기간과 규모를 생각하면 기적이 일어났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등교 개학을 할 때까지 원격수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질을 높여나갈 책무가 생겼다.

최근 두 편의 글을 읽었다. 상반된 주장의 글이다. '기술이 교육을 구원하리라'와 '기술은 교육을 구원할 수 없다'는 글이다. 전자는 칸 아카데미, 무크(MOOC) 등 원격교육 시스템의 비전과 가능성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속도로 배우고 싶은 것을 공짜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후자는 인쇄술과 책이 많이 보급된다고 해도 문해력이라는 장벽을 새롭게 만나게 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에 접근할 기회의 불평등, 디지털 문해력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기술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막 시작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을 안착시키는 데 참고할 만한 시각이다. 학생들의 학습 주도성을 살리면서, 디지털 환경의 취약점, 접근에 애로를 겪는 학생들, 학습 사이트와 자료 활용 장애를 극복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 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은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특수교육 대상 학생, 다문화 가정 학생, 저연령 학생 등에 대한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 학습 사이트도 정비되고 있고 자료가 알차게 탑재되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주요 학습 채널로 동시 접속이 폭주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가 있는 등 시스템과 인프라 문제가 없지는 않다. 기반 확대, 기술적 지원 등과 더불어 적절한 분산이 이루어진다면 안정적인 환경 구축은 될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좋은 온라인 강의, 원격수업이라도 등교 수업, 대면 수업보다 나을 수 없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 원격수업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잘 운영된다면 그것에 가까운 교육적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딸아이 사례가 참고될 것 같다. 딸은 독일로 떠난 학원 원장에게서 1년 넘게 온라인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아이는 교우 관계나 강사의 성향 등으로 웬만한 학원은 적응을 잘하지 못했던 터였다. 그런데 이 원장만은 코드가 잘 맞았는지 래포(rapport)가 잘 형성된 것인지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 원장이 독일로 떠난 뒤에도 딸을 포함하여 여러 학생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도를 계속하도록 부탁해서 지금까지 배움을 이어오고 있다. 원장은 지구 반 바퀴라는 거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의 성공적인 학습을 이끌고 있다.

그 배경엔 학생들과 형성한 인격적 신뢰, 지속적인 학습관리뿐 아니라 다양한 소통과 상담, 학부모들과 협력체계 구축 등이 있는 듯하다. 또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원격수업 성공에 긴요한 학습동기 계발, 학습습관 유지도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을 척척 해내는 우리 교사들의 지혜와 헌신은 성자의 모습을 닮았다. 원격수업을 위한 장비를 자비로 마련하고,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콘텐츠를 함께 개발하였다.

이들의 노고와 사랑이 있다면 원격수업의 성공뿐 아니라 그 어떤 교육적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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