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엔디컷 우송대총장

가난한 화가의 이웃은 병에 걸린 젊은 여성이었다.

오랜 투병생활에 마음 기댈 곳이 없어진 그녀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을 보며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낀다.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믿는 이 여성을 위해 화가는 담벼락에 나뭇잎 하나를 그려놓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떨어지지 않는 그 나뭇잎을 보고 여성은 생의 의지를 되찾고 결국은 병을 이겨낸다. 오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희망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려주며 타인의 희망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보고 싶은 사람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어려움, 외출의 자유가 제한되는 어려움쯤은 참을만하다.

얼마 전, 필자는 부득이한 용무로 KTX를 타고 서울에 다녀왔다. 캄캄하고 비가 오는 금요일 밤에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한국에서 13년을 살면서 수도 없이 다녔던 서울역이 그렇게 한산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덕분에 줄도 서지 않고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목적지에 다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입구에 “출입금지”라는 표지판이 적혀 있었다. 필자의 짧은 한국말 실력으로 경비와 어렵게 대화를 나눈 결과, 입구를 잘 못 알고 찾아간 것이었다, 다른 입구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 어두운 밤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바로 그때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볼 일을 보고 수원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난처하게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본 그는 다가와, 영어로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꺼내어 목적지까지 필자를 태워다 줄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택시가 오기까지 30분을 같이 기다려주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악수와 포옹, 따뜻한 미소까지 앗아가 버리는 것 같아 속상했는데 다시 한국인의 친절을 접하게 되어 힘을 얻었다.

이런 친절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 덕분에 한국사회가 코로나로 힘든 상황을 잘 견뎌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인 존재인가를 실감하게 됐다.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몸들은 하나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인 헨리 타이펠은 실험을 통해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존재라는 것을 밝혀냈다.

인간에게는 협력도, 경쟁도 필요하다. 협력은 안전과 안심, 단합을 위해서, 경쟁은 생산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가족을 잃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이제 희망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친절과 배려가 모이면 희망이 되고 그 희망으로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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