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에티오피아한국참전기념관. 사진=한국관광공사

미국, 유럽, 동남아와 일본 그리고 중동, 아프리카 까지 세계 곳곳의 코로나19 확산을 지켜보면서 복잡한 심회에 젖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누적되는 피로감과 사회 모든 업종의 영업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는 물론 아직 뚜렷한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못한 우리나라 실정 또한 막연함 그 자체이다. 우수한 우리 기술의 진단키트를 요청하는 나라가 120여 개국이라는 소식 또한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우리 방역을 위한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인도적 지원이 마땅한 일이겠지만 숱한 요청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 우호관계, 무역규모 등 실리적인 거래가 많은 순서 그리고 이런저런 미묘한 국제관계를 감안하여 정해야겠지만 우리가 어려울 때 선뜻 도움을 아끼지 않은 나라를 최우선으로 하고 신의와 우호관계에 금이 가게한 는 속 좁고 비열한 행태를 보인 국가를 가장 나중 또는 열외로 고려하는 것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그 우선 대상 중의 하나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꼽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당시 셀라시에 황제는 즉각 파병을 결정하였고 6천여 병력 중 상당수가 전사하고 부상을 당했다. 지금은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지만 우리의 여력이 닿는 한 최우선으로 도움을 전했으면 한다. 미국 역시 최우선 국가에 포함되어야 하겠고 특히 6·25 참전국에 대한 배려는 계산과 줄타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국제사회 구도에서 우리나라가 의리 있고 성숙된 국가라는 위엄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우리의 국력이 성장하고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이 강화될수록 더욱 굳건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서운하게 대한 나라에 대하여 (이웃 어느 나라처럼) 유치한 보복이나 노골적인 응징 또한 졸렬해 보인다. 다만 우선순위 조정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능란하게 조정하는 외교력의 기량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 개편될 국제질서 구도를 우리의 도약을 위한 절호의 전환점으로 삼을 때가 된 것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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