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커피 주문하는 박막례 할머니 유튜브 보며 오늘날 ‘효’ 의미 되새겨
“지금의 문화 직접 누리도록 어르신께 경험의 기회 드리는 일… 효도의 시작”

▲ 윤혜선 명예기자
▲ 윤혜선 명예기자

지난 주말, 밖에는 따사로운 햇빛과 활짝 핀 꽃들로 봄 내음이 가득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꽃들이 어서 오라며 나에게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겸 온라인으로 벚꽃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영상(Korea Grandma)을 보게 되었다. 유투버로 유명한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은 얼핏 들어보았지만 그 분의 동영상을 보게 된 건 처음이었다.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신 할머니의 소녀 시절 친구를 만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벚꽃이 활짝 핀 풍경을 뒤로 하고 택시 안에서 두 할머니께서 주거니 받거니 연습하셨던 말들이다. 외워도 잃어버린다며 어렵다고 고개를 저으시다가도 다시금 열심히 연습하셨다. 드디어 카페에 들어서서 수줍게 웃으며 그러나 당당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안녕하세요. 캬라멜마뜨아뜨(캐러멜마키아토) 하나 주세요.", "아포카토(아포가토) 하나 주세요." 그렇게 두 할머니께서 생애 첫 커피를 주문하신 것이다. 이어 야외 의자에서 주문한 커피를 드시는 장면은 보통 우리들의 모습과 다름없었다.

두 할머니께서 맛있게 커피 드시던 장면에서 늘 설탕을 가득 넣은 사발 커피가 좋으시다던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젊은이들 문화라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선뜻 함께하지 못하시고 피하신 건 아닐까? 우리도 역시 그런 어르신들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을까? 박막례할머니처럼 옆에서 같이 도와줄 손자, 손녀가 있다면 카페에 가서 복잡한 커피 이름을 연습해서 직접 주문도 하고 젊은 그 때처럼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실텐데 말이다.

어린 시절에 '효도'라고 하면 옛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눈이 소복하게 내린 한겨울에 아픈 부모님을 위해 산 속을 헤메다가 귀한 딸기를 발견하고 구해다 드리는 것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의 효도란 무엇일까? 옛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서 드리는 것 혹은 부모님께서 번거롭지 않도록 일일이 다해드리는 것이 효도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늘날의 효도란 소소한 일이라도 어르신들이 직접 하실 수 있도록 경험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쁜 사진을 찍어 자녀들의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것, 온라인에서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찾아 듣는 것 등을 하실 수 있도록 함께 알려드리는 것, 도와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지금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누리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주말이 다가온다. 부모님께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커피 같이 마셔보자고 말씀드려보는 건 어떨까?

윤혜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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